‘S.E.A.T’ 누군가는 시트로 읽을지도 모르는 이 이름처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세아트(SEAT)’의 존재는 무척이나 낯설고, 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입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독일과 영국, 프랑스 혹은 이탈리아의 자동차 정도만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스페인의 자동차 브랜드’가 익숙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세아트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말 빠른 성장,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며 점점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과연 세아트 브랜드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스페인의 국영기업으로 시작된 세아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30년대의 스페인은 내전으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스페인 정부에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제조산업’의 시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획은 1940년대에 마련되었고, 실행은 1950년 5월 9일 현실이 되었다. 스페인 정부는 국영기업 형태로 ‘소시에다드 에스파뇰라 데 오토모빌스 데 투리스모(Sociedad Espanola de Automoviles de Turismo)’의 앞머리를 딴 세아트(S.E.A.T)를 출범했다.
여느 국영기업이 그런 것처럼 세아트 브랜드는 대중성을 강조했다. 실제 세아트는 전쟁 이후의 여파 속에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동권’을 제공하기 위해 합리적 차량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피아트의 기술을 빌린 세아트
통상적으로 새로운 기업이 출범한 후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다소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영기업으로 시작된 세아트 브랜드는 ‘브랜드 설립의 이유’가 분명 존재했던 만큼 출범 이전 이미 ‘개발할 차량에 대한 컨셉’을 명확히 갖고 있었다.
실제 스페인 정부는 브랜드 출범 이전, 이미 세아트의 순조로운 차량 개발,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마쳤던 것이다. 파트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로 낙점되었다. 참고로 라이선스 제공 후보 중에는 폭스바겐도 있었다.
참고로 피아트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분류되어 많은 경제적 제한을 당했던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을 탈피, 더욱 안정적인 수입 구조 및 사업 형태를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상호 ‘윈-윈’을 추구한 관계다.
피아트 라이선스의 시대
브랜드 출범 이후 세아트는 피아트의 합리적이고 염가의 차량들을 중점적으로 생산, 판매했다.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로 낙점된 차량은 피아트 1400이었다. 생산 설비, 관리 프로세스가 이전된 후 1953년 첫 생산이 이뤄졌고, 1956년까지 연간 생산량이 1만대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생산량이 증가되었다.
세아트 1400 데뷔 이후 컴팩트 모델인 600, 800, 그리고 850 등이 등장하며 ‘스페인 대중’을 위한 자동차 브랜드로 거듭나게 되었다. 덧붙여 1960년대에는 ‘스페인 내수 브랜드’로 자리했던 세아트가 한층 발전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 라이선스 연장이 거듭 이어지며 보다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졌고, 스페인 외부의 시장으로도 수출이 시작되었다. 당시 세아트는 12개 국가에 수출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브랜드 성장 및 스페인 경제 성장에 힘을 더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량 생산 경력이 충분히 쌓인 1970년대는 더욱 다양한 차량들을 생산하게 되었다. 실제 1970년대 세아트는 600의 후속 모델인 133을 시작해 127, 800 및 1200 스포츠, 128, 124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선보였다.
또한 덧붙여 대중성에서 한층 발전된 대형 모델에서도 세아트의 첫 차량, 1400의 후속 모델인 1500 및 132 등이 등장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 또한 ‘스포츠 모델’인 850 쿠페, 850 스파이더 등이 등장해 세아트 브랜드의 발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짧았던 홀로서기
1970년대 말에 이르자 세아트는 독자적인 차량 개발 능력에 대한 자신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80년대에는 독자 생산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 1982년에는 브랜드 최초의 독자 모델 ‘론다(Ronda)’가 데뷔했고 이후 이비자(Ibiza) 또한 등장하며 ‘새로운 시대의 세아트’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세아트의 홀로서기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브랜드 설립 이전부터 세아트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폭스바겐 그룹이 세아트 인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폭스바겐은 1986년, 세아트의 주식 75%를 인수하며 절대적인 지배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1990년, 지분의 새아트 지분 99.99%를 모두 확보하게 되어 세아트는 완전한 ‘폭스바겐 그룹’에 속하게 된다.
보다 대중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다
폭스바겐 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세아트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모두 새롭게 개편한다.
실제 독자 개발 모델이었던 이비자는 폭스바겐 폴로와 같은 플랫폼, 기술을 공유 받았고 컴팩트 모델인 코르도바와 중형 모델인 톨레도 역시 폭스바겐의 플랫폼, 기술, 주요 부품 등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게다가 1970년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구성되었던 제품 포트폴리오는 소형부터 중형 모델만으로 구성되어 ‘대중성’에 집중된다. 실제 당시 세아트는 이비자, 코르도바, 그리고 톨레도 외에는 생산 모델이 없을 정도로 ‘소박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폭스바겐 그룹에서 보다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보장 받았지만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성이 단순해졌다. 게다가 차량의 특성 역시 ‘저가의 폭스바겐’처럼 인식되어 브랜드의 가치가 다소 악화되는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마련한다.
더욱 스포티한 브랜드로 재구성된 세아트
폭스바겐 그룹은 안정적인 운영 상황 대비 브랜드 가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세아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개편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성을 갖추게 된다.
실제 ‘폭스바겐 차량의 저가 버전’처럼 제작되었던 세아트의 포트폴리오에 더욱 강렬하고 날렵한 감성을 더하고, 제품의 상품성, 기술, 그리고 차량의 특성을 한층 개성 넘치게 구성하며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도 이비자와 톨레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레온, 아테카, 그리고 알함브라 등을 선보이며 더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레온’은 더욱 스포티한 이미지로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단순히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성 외에도 ‘쿠프라(CUPRA)’로 명명된 고성능 디비전을 마련, 21세기의 세아트를 더 이상 대중적 브랜드가 아닌 ‘개성 넘치고 스포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폭스바겐 그룹은 ‘모터스포츠’ 영역에서도 세아트의 존재감을 키우는 절차를 이어간다. 실제 세아트 레온을 기반으로 한 레온 컵을 유치하고, 유럽 내 다양한 투어링카 레이스 세그먼트에 조화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유럽 내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성과를 냈고, WTCC에서도 ‘세아트 레온’의 질주를 보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러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 현존하는 최고의 투어링카 레이스 대회인 WTCR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세아트
2020년대, 세아트는 완전히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기술을 제시하고 이에 걸맞은 차량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SUV, 크로스오버 등이 속속 데뷔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한층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고성능 디비전이었던 쿠프라를 독자 브랜드로 개편, 보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스포츠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쿠프라 역시 독자적인 엠블럼, 그리고 새로운 차량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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