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광화문의 한 유명 베이커리 카페. 직장인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 나간 시간, 20여 종의 빵이 놓인 진열대 중 딱 한 곳의 트레이가 비어 있었다. 일찌감치 매진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금빵'. 얼핏 보면 크로아상, 소라빵 같기도 한, 외관상 튀지 않는 빵이지만 화려한 빵들을 제치고 최근 빵순이, 빵돌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매장 직원은 "하루 24개만 만드는데, 보통 점심 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 전에 매진된다"고 전했다.
겉과 속이 알록달록한 빵의 전성 시대다. 겉은 독특한 모양으로, 속은 각종 크림과 잼 등이 가득한 빵이 주류가 됐다. 이런 흐름 속에 겉과 속이 밋밋하기 짝이 없는 소금빵의 인기는 의아하기까지 하다.
소금빵은 반죽에 버터를 넣고 돌돌 만 뒤 그 위에 소금을 뿌려 구워낸 빵. 담백해 질리지 않으면서도 버터와 소금의 절묘한 조화가 중독성이 있다는 게 인기 비결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36)씨는 "버터향이 고소하고 달지 않은 데다가 소금이 맛의 포인트를 살려줘 좋아한다"고 말했다. 먹기도 편하다. 크로아상 같은 빵과 달리 부드러운 질감이라 먹을 때 빵가루가 날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유사한 계열의 빵인 버터롤보다 버터를 배 가까이 사용, 버터 풍미도 진하다.
소금빵은 일본이 원조다. 그래서 국내서도 일본어로 소금을 뜻하는 '시오(しお)'를 붙여 시오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의 빵 가게 '팡 메종'에서 빵의 맛을 살리고 무더운 날씨에 땀으로 배출된 염분도 보충할 겸 빵 위에 소금을 뿌려 만든 데서 유래됐다.
국내 베이커리에 소금빵이 등장한 건 수년 전이지만 유행이 본격화한 건 올해 들어서다. 개별 빵집마다 재료나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이영자 빵집으로 유명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타르데마'의 김영호 대표는 "소금빵의 핵심 재료인 가염버터를 직접 만들고, 밀가루에 쌀가루를 섞는 등 우리만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르데마 매장 두 곳에서는 매일 소금빵 1,300~1,400개가 오후 3시를 전후로 다 팔린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샹끄발레르', '우리동네 소금빵'의 소금빵은 속은 부드럽지만 겉은 바게트에 가까운 식감이 특징이다. 제빵 경력 약 30년의 설문웅 대표가 운영하는 이 매장 두 곳에서만 주말 일 평균 1,500개의 소금빵이 팔려 나간다. 6시간의 자연 발효를 거쳐 하루에 두 번만 만든다. 설 대표는 "마카롱처럼 눈으로 보기 즐겁고 사진이 잘 나오는 화려한 제품이 대중화하고 있지만 매일 먹을 수 있는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소금빵은 빵에 버터를 이미 넣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곁들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소금빵, 홈베이킹하고 싶다면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무료한 '집콕' 생활을 홈베이킹으로 달래는 사람들이 많다. 소금빵은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데다 남녀노소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최근 각종 제빵 클래스의 단골 수업 주제가 되고 있다. 카페·디저트 클래스인 '낭만을 굽다' 박지영 대표는 "소금빵은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제빵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봤다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소금빵 굽는 방법을 소개한다.
① 빵 반죽(강력분, 박력분, 분유, 이스트, 버터, 소금, 냉수)을 볼에 넣고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랩으로 감싼 뒤 50분에서 1시간 정도 발효시킨다.
② 발효가 다 되면(빵 반죽을 손가락으로 찔렀을 때 그 모양이 복원되지 않고 유지될 때) 원하는 크기로 떼어 내(통상 40~50g) 밀대를 이용, 삼각형 모양으로 민다.
③ 반죽에 가염 버터를 넣고 돌돌 만다. 50분에서 1시간 정도 2차 발효한다.
④ 반죽 겉에다 물을 뿌려 수분을 준 뒤 소금을 얹는다.
⑤ 오븐에 15분 내외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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