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과 대화 촉구 기조 유지
미국 백악관이 북한과 모든 범위의 문제를 아우르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의 구체적 제안에 북한의 반응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에는 이르지 못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향 피력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 논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지만 현 시점까지는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모든 범위의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성격을 평가하고 있다”고 한 뒤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서도 이미 성명을 낸 사실을 언급했다. 앞서 미 당국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시험, 특히 극초음속 발사시험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규탄 입장을 밝히면서도, 외교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북한의 대화 호응을 촉구하는 기조를 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월 대북정책 검토를 끝낸 뒤, 한국의 노력과 별개로 미국 역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접촉을 시도해 왔음을 언급한 말로 보인다.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아직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며 강한 반감을 보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면 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북한에 먼저 호의적 조처를 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관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안보리는 결국 공동성명 채택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안보리 이사국의 한 외교관은 AFP에 “프랑스가 공동성명 채택을 원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이 사안에 대해 분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달 30일 소집될 예정이었던 안보리 긴급회의는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로 하루 늦게 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서자, 나머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딴지’를 거는 모양새다. 미국이 직접 나서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회의 개최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했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타격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해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30일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는 사실을 안보리 회의 직전에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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