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휴원 명령 땐 외부인 수업 금지
특활 강사 생계난… 대리기사·방문판매 등 부업
규제 완화에도 어린이집 몸 사려 특활 재개 난망
"거리두기 4단계로 어린이집 문을 또 닫아 7, 8월 매출은 영(0)이에요. 새벽 택배, 물류창고 알바, 대리운전을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어린이집 휴원 명령 해제가 2년 가까이 답보하면서 어린이집을 생계 터전으로 삼고 있던 특별활동(특활) 강사들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조기 종식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들 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휴원'에 가장 먼저 쫓겨난 특활
4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촉감놀이, 로봇 만들기와 같은 특활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코로나19 유행으로 휴원 명령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사실상 실직 상태다. 방역수칙에 따라 휴원 명령 기간 어린이집은 외부인 수업을 할 수 없는데, 특활 강사는 보육교사와 달리 외부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린이집에 못 가면 돌봄 공백이 우려되는 아동을 위해 긴급보육 조치도 병행했지만 이때도 특활 강사는 배제됐다. 긴급보육이 보육교사만 최소한도로 배치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의 긴급보육 이용률이 72%로 집계되는 등 휴원 명령에도 문을 연 어린이집이 많았지만 특활 강사가 설 자리는 없었다.
거리두기 단계 완화로 특활 수업이 재개될 수 있는 시기도 있었지만, 특활 강사를 들이는 어린이집은 많지 않았다. 특활 진행 여부는 원장 재량으로 결정되는데, 이들이 학부모의 방역 우려 등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본보가 서울 소재 어린이집 40곳을 확인했더니 이 가운데 30곳은 지난해 2월 이후 특활 수업을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휴원 해제 기다리다 생계 막막
계약을 맺은 어린이집이 20곳에 달했던 촉감놀이 강사 권혜진(44)씨도 2년 가까이 수업을 하지 못했다. 휴원 명령이 풀리기를 기다리던 권씨는 지난해 말부터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했고, 올해 3월부터는 화장품 방문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특활 운영업체에 소속돼 활동했던 그는 "직원이 15명이던 회사엔 5명만 남았고, 사장님은 외국에 건설직 노가다(막일)를 하러 떠났다"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유아 체육 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권혁상(33)씨도 연초 어린이집 50곳과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수익은 여전히 0원이다. 권씨는 "수업료를 후불로 받는데, 어린이집이 특활 수업을 전면 중단하니 한 푼도 벌 수 없었다"면서 "캐피탈과 카드론에 의존해 '빚 내고 버티고'를 반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활 규제 완화됐지만… 여전히 닫힌 문
특활 강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복지부는 올해 8월 20일 지침을 개정, 보호자가 동의할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한 강사에 한해 휴원 명령하에서도 특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닥치면서 수업 재개는 요원하다. 본보가 확인한 서울 시내 어린이집 40곳 가운데 특활 수업을 재개했거나 재개할 계획이 있는 곳은 6곳뿐이었다. 종로구 안동어린이집의 김은주 원장은 "외부 강사를 들여 특활 수업을 했다가 확진자가 나오면 여파가 크다"면서 "지금까지 방역을 위해 들인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까 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도 논의되는 시점인 만큼, 특활 강사처럼 기존 고용안전망에 편입되지 않은 이들의 생계를 보전할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유행 국면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집단은 특활 강사 같은 프리랜서"라면서 "정부가 발표한 '전국민 고용보험'을 통한 안전망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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