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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화장품이 인기 있는 이유

입력
2021.10.05 04:30
수정
2021.10.05 07:5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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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마지막 성장엔진...건설, 화장품, 건강 산업 각광
불안한 정치상황, 환경 위기 등은 약점
전략적으로 진출해야 성공

편집자주

오늘날 세계경제는 우리 몸의 핏줄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지구촌 각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 시사, 인물 등이 ‘나비효과’가 되어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사회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계 곳곳을 살펴보려는 이유입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에 한 번씩 토요일 연재합니다.


2019년 아프리카 모잠비크 비에라에서 청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아프리카 모잠비크 비에라에서 청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7>기회의 땅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와 편견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아프리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드문 듯하다. 아프리카 대륙에 관심이 덜하다 보니,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도 많다.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오해로 아프리카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간과해 커다란 기회를 놓칠 우려도 있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가 아프리카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도 안 되는 가난한 나라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은행에서 집계한 1인당 GNI(구매력평가기준)를 기준으로 △세이셸은 2만4,300달러 △모리셔스 2만2,390달러 △가나 1만5,370달러 △가봉 1만4,130달러 △적도기니 1만3,350달러 등 적지 않은 국가들이 1만 달러 이상의 국민소득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민소득 수준은 중국이나 인도와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보다 쉽게 판단된다. 인도의 1인당 GNI는 6,390달러, 중국의 1인당 GNI는가 1만7,200달러에 불과하다. 지금은 인도와 중국 경제의 급부상으로 인해 그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2010년까지만 해도 아프리카의 12개 국가가 중국보다 GNI가 더 높았고, 20개 국가가 인도보다 높았다.

자원과 인구 충분...'기회의 땅' 아프리카

유럽을 비롯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프리카를 주목하는 이유는 더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지구 육지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광활한 대륙으로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세계 유가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새로운 자원개발 대상지로 주목하게 되었고,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 대륙이 연평균 5%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 배경 역시 이러한 자원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부 자원개발에 의존한 성과는 아니다. 실제 아프리카 54개국 중 산유국은 10여 개국에 불과하며, 북아프리카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 지역으로 좁히면 그 수는 더더욱 낮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전체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12억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 왔고, 이러한 과정에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 큰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2018년 기준으로 인구가 12억에 달한다. 세계인구의 16.4%를 차지하는 수치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인구 증가 추세이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는 210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36%인 44억6,0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UN은 전망한다.

전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인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 또한 2034년 아프리카의 노동 가능 인구는 인도와 중국을 추월하고 가장 젊은 대륙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소비시장 규모는 1조4,000억 달러로 아시아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자동차 소유 대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아프리카의 모바일 보급률은 2017년 10억 명에 달하며 어느 대륙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뱅킹 사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미디어 제품, 의류, 개인용품 외에도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도 모바일머니를 사용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비대면 화상 메시지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세계 백신 접종분의 82% 이상을 부유한 국가들이 가져갔고, 1%도 안 되는 분량이 저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백신 불평등을 지적했다. 뉴욕 AP=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비대면 화상 메시지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하며, "세계 백신 접종분의 82% 이상을 부유한 국가들이 가져갔고, 1%도 안 되는 분량이 저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백신 불평등을 지적했다. 뉴욕 AP=연합뉴스


건강, 뷰티 산업 주도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인들의 거주 욕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도시들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각국의 정부들도 주도적으로 도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의 도시인구는 5억 명에 다가서고 있는데, 이는 1950년 3,500만 명에서 약 14배 증가한 것이다. 아직까지 도시인구의 비중은 전체인구의 40% 정도로 다른 대륙에 비해 현저하게 낮지만 2020년부터는 도시인구 증가율이 아시아를 추월하여 30년 뒤에는 아프리카인의 절반 이상인 약 13억 명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는 다양한 건설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건설회사에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 지역 건설 수주액은 1980년대(1980~1989년) 5억6,722만 달러에서 1990년대 13억 달러, 2000년대 116억 달러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수주액은 2010년대 수주액의 92% 수준인 107억 달러 정도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건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뷰티 산업 역시 크게 성장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해 아프리카인들만큼 외모에 관심이 많은 대륙은 없는 듯하다. 특히 주목할 시장은 가발시장이다. 우리나라는 탈모 등의 이유로 가발을 사용하지만 아프리카인의 경우에는 미용을 목적으로 가발을 사용한다. 아프리카인들의 상당수가 태어날 때부터 극심한 곱슬머리로 머리카락이 두피를 파고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머리스타일 변경이 쉽지 않다. 아프리카인들이 가발에 주목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나의 일반 여성들은 월수입 600달러 중 100달러를 가발 구입과 시술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장품은 미백 화장품이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의 미의 기준은 밝은 피부이다. 이 때문에 피부 미백 용품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프리카 남성들 역시 최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남성 화장품도 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도 부유한 질병인 비만과 당뇨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무가당(Sugar-Free) 음료, 저탄수화물·저지방과 같은 다양한 건강식품이 각광받고 있으며, 콜라 역시 일반콜라보다 제로콜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트레이닝 복장과 헬스장 사업이 최근 크게 성장하는 이유도 아프리카인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실들을 보면, 아프리카를 왜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성장엔진’이라 부르는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아프리카의 소비시장은 경제발전과 소득증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글로벌 민간 컨설팅 회사에서 아프리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들을 살펴보면 많은 아프리카의 소비자들이 미래의 경제상황과 소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한 기회를 모색해 왔다. 특히 2019년 5월에는 아프리카 대륙을 포괄하는 역내자유무역협정인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협정이 발효되어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대륙 진출이 더욱 용이해졌다.

정치불안, 환경위기 등은 아프리카 약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백신 공급을 코백스 퍼실리티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세계적인 백신 공급 물량 부족으로 모로코,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백신 확보율이 극히 낮은 수준이다. 모로코 등 극히 일부 국가들만 백신 보급이 의미있는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차 접종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대륙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당면과제 또한 즐비한 것이 사실이다. 잔혹한 독재 정권, 참혹한 질병, 환경위기, 문화적·정치적 갈등, 취약한 인프라 등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난제가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것도 문제다. 이런 정치적 리스크는 정책의 일관성을 결여시켜 계약 파기나 위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일련의 내용들은 아프리카 전체를 하나의 관점에서 기술하긴 했지만, 실제 아프리카는 각 국가마다, 지역마다 상당히 복잡하고 변화가 큰 시장이다. 즉 아프리카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 다른 언어, 문화, 종교, 소득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유사한 지역별로 진출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프리카의 취약한 인프라, 낮은 기술수준 및 정치적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유연하고 장기적 진출 방안이 요구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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