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예산안 처리시한에 임시 지출만 처리
인프라·사회복지 예산 처리 두고 갈등 깊어져
18일 전 부채 법안 처리 못 하면 '채무 불이행'
미국 연방정부가 일단 ‘셧다운(업무 일시정지)’ 위기를 벗어났다. 2022 회계연도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임시지출 예산안을 의회가 승인하며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1조2,000억 달러 규모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예산안 처리는 예정된 표결 일정을 지키지 못했고, 민주당 내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18일까지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미국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국가부도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찬성 65표, 반대 35표로 임시지출 예산과 관련된 기금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 처리 시한(30일 자정)을 반나절가량 남기고 우선 셧다운부터 막은 것이다. 12월 3일까지 정부 기관 문을 닫지 않고 임시 예산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기금안은 2시간 뒤 하원에서도 찬성 254표, 반대 175표로 통과됐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효력이 발휘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는 아직도 많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상원에서 대거 찬성표를 던진 교통·통신시설 관련 인프라 예산안을 이날 하원에서 처리하기로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의료보험, 아동 보육, 학교 교육, 기후변화 관련 예산안이 포함된 3조5,000억 달러 규모 사회복지 예산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민주당 진보파 하원의원들의 입장이 완강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예산을 1조5,000억 달러로 축소해야 한다는 민주당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의 고집으로 상황은 더 꼬여 갔다.
결국 이날 밤 11시쯤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인프라 법안 표결을 1일 이후로 연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 내부를 다독이며 인프라·사회복지 예산안 규모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2조1,000억 달러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 타협안도 나왔다고 미 CNN은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부도 가능성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현 상황에서) 의회는 반드시 부채 한도를 다뤄야 한다”며 “(한도 적용 유예나 상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디폴트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년 8월 22조300억 달러의 부채 한도를 2년간 적용 유예하기로 했지만 7월 말 이후 연장이 되지 않았다. 국가 부채가 28조4,000억 달러에 달해 이미 한도를 넘어선 상태에서 재무부가 현금으로 채권 이자 상환 등 빈틈을 메우는 임기응변식 변통을 하고 있다.
민주·공화당 간 타협이 18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산안과 부채 한도 적용 유예 법안이 모두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채무불이행 사태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옐런 장관은 “(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하면) 그 결과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연방정부 부채 상한 설정법 폐지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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