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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 녹취록, 이재명의 돌파

입력
2021.09.3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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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원 퇴직금'을 감춘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원 퇴직금'을 감춘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뉴시스

화천대유·천화동인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십수억 원을 건넸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검찰에 제출됐다. 성남시 대장지구의 천문학적 개발 이익에 품었던 의심이 ‘그럼 그렇지’라는 납득으로 이어진다. “개발 이익을 환수한 것”이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해명과 화천대유의 “부동산 폭등 탓”이란 항변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다들 빠진 고리를 예상했다. 민간 개발사에 막대한 이익이 가게끔 설계하고 화천대유 측을 사업자로 선정한, 우연만은 아닐 모종의 커넥션이 그것이다.

□ 언론이 지목한 것은 ‘유동규-정민용-남욱 삼각 커넥션’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사업 설계자다.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대주주로 1,000억 원을 챙겼다. 사업자 선정은 2015년 3월 정민용 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이 담당했는데, 불과 4개월 전 유 전 본부장이 채용한 남 변호사의 후배다. 돈이 흘러갔다는 녹취록은 이 커넥션을 완성한다. 국민의힘은 정관계 로비 리스트도 있다고 주장한다.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으니 헛소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관련성은 아직 드러난 게 없고 이는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대장동 게이트”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라며 여당의 유력 주자를 겨냥했다. 그는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맞받아쳤고 지금까진 그의 강공이 성공적이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도 눈앞에 있다. 외려 50억 퇴직금으로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렸다. 이 지사는 이를 알고도 감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 “봉고파직, 위리안치”라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 성남도공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 이 지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다시 주목된다. 그가 로비를 받았다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관한 일이라 해도 정무적 책임이 크다. 산하 기관의 비리 복마전을 몰랐던 데다 유 전 본부장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하는 등 중용했다. 이 지사가 검찰이나 야당을 비난하는 식으로 헤쳐나가겠다면 오판이다. 사과하고 자중하는 것이 최선의 돌파가 될 것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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