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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반” 납치… 범행수법 드러난 영국판 ‘강남역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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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반” 납치… 범행수법 드러난 영국판 ‘강남역 살인사건’

입력
2021.09.30 15:50
수정
2021.09.30 20:47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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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반 핑계로 성폭행·살해
30일 최종 선고… 종신형 예상

지난 3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새라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여성 안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지난 3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새라 에버라드를 추모하고 여성 안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올해 3월 영국 런던에서 30대 여성이 귀갓길에 살해된 이른바 ‘영국판 강남역 살인 사건’ 범행 수법이 반년 만에 드러났다. 시민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맡은 현직 경찰은 공권력을 악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규정 위반을 적발해 체포하는 척하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2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현지 매체는 이날 런던 올드베일리 중앙형사법원에서 경찰 웨인 쿠전스(48)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쿠전스는 지난 3월 3일 오후 9시쯤, 런던 남부 클래팜에서 귀가 중이던 새라 에버라드(33)에게 접근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준 뒤, 코로나19 규정 위반으로 체포한다면서 수갑까지 채워 렌터카에 태웠다. 이 과정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영국은 올해 1월부터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필수적이지 않은 이동을 제한했다. 런던경찰청 소속으로 의회와 외교 공관 경비를 맡던 쿠전스도 당시 규정 위반 단속 업무를 해왔다.

그러나 이후 쿠전스는 악마로 돌변했다. 그는 에버라드를 자신의 차에 옮겨 태웠다. 이어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켄트주(州)의 외딴 숲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이후 시신을 불태웠고, 건설 장비를 담는 가방으로 옮겨 근처 호수에 유기했다.

29일 런던 올드베일리 중앙형사법원에서 웨인 쿠전스(오른쪽 두번째)가 재판을 받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런던=AP 연합뉴스

29일 런던 올드베일리 중앙형사법원에서 웨인 쿠전스(오른쪽 두번째)가 재판을 받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 런던=AP 연합뉴스

그는 범행 뒤에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다음날 아침에는 교대 근무에 나섰고 며칠 뒤에는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범행을 저지른 숲으로 나들이를 가는 엽기적 행각을 이어갔다. 에버라드는 실종 일주일이 지난 10일 켄트주 에시포드 인근 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에버라드의 남자친구는 이날 재판에서 “그는 매우 똑똑하며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라며 “강제성이 있거나 조작된 경우가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증언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그는 내 딸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하고, 쓰레기처럼 버렸다”며 비통해했다. 재판부는 이튿날인 30일 선고공판에서 그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평범한 여성이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것도 경찰에 의해 희생된 사건은 영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여성들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당시 여성 수백 명은 “우리는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안전하지 않다”거나 “여성을 보호해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연일 시위에 나섰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도 추모에 동참했다. 특히 당시 경찰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을 이유로 집회 참석자들을 강압적으로 진압하고, 범죄 피해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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