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술굴기' 저지 위해 손 맞잡기로
쿼드 이어 유럽까지 대중 포위망 넓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대응과 불공정 무역 관행 해결책 마련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최근 미국ㆍ영국ㆍ호주의 신(新)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여파로 전통적 안보 동맹인 양측의 관계가 다소 멀어지긴 했지만, 눈앞에 닥친 ‘중국 기술굴기 저지’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손을 맞잡은 셈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에서 제1차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를 열고 △반도체 공급망 협력 △비(非)시장적 무역 관행 억제 △글로벌 기술 대기업 규제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집중적인 논의를 위해 10개의 관련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TTC는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할 때 핵심 부품에 대한 공급망 강화와 무역 분쟁 사전 대비 차원에서 설치하기로 합의한 기구다. 이날 첫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 측에선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부위원장, 스타브로스 램브리니디스 주미 EU 대사,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집행위원 등이 참석했다.
우선 미국과 EU는 전자제품 생산난을 가중시키는 반도체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망 정보를 교환하는 등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또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각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투자 심사 관련 정보 교환 △민감한 기술 관련 수출통제 협력 △민주적 가치를 반영하고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의 인공지능 개발ㆍ구현 협력 약속도 성명에 포함됐다.
이번 논의는 중국 기술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 성격이 강하다. 사실 이날 ‘중국’이란 단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명 가운데 “우리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 특히 세계 무역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비시장적 경제가 제기하는 관행으로부터 기업과 소비자,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부분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인공지능(AI) 관련 협력을 설명하며 “권위주의적 정부가 사회를 관리하기 위해 점수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강한 우려를 갖는다”고 표명한 것도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성명에 중국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결국 무역을 왜곡하는 비시장 정책과 기술, 그 권리 관계 논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서방 국가들이 신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대중 견제 강화에 나서기 위해 기술 동맹을 맺었다는 얘기다. 앞서 미국이 지난 24일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쿼드(Quad)'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어 기술을 고리로 한 협력을 강화키로 한 데 이어 대중 포위망을 유럽으로까지 확대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오커스 결성으로 프랑스는 물론 EU와 미국 간 불신의 골이 깊어졌지만, 일단은 무역, 기술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겨냥한 포위망을 좁히기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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