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S-400 미사일 추가 구매 원한다"
가스관 '터키 스트림' 언급하며 양국 협력 강조
NYT "푸틴과 밀착해 미국 위협하려는 전략"
러시아와 터키의 정상이 1년 6개월 만에 대면 회담을 갖고 밀착 행보를 가속화했다. 시리아 내전 등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의제도 있지만, 반미라는 공통점 아래 뭉쳐 에너지·군수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난 건 지난해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담은 측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푸틴 대통령의 첫 대외 일정이기도 했다.
양 정상이 논의한 주요 현안은 가스관 사업과 군수·국방 분야 협력이었다. 먼저 푸틴은 현재 국제적으로 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양국은 2019년 건설한 ‘터키 스트림’ 가스관 덕분에 안심하고 있다며 에너지 협력 성과를 치켜세웠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7년 도입했던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을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국이 터키의 러시아 무기 구입을 반대하고 있지만 “되돌리는 길은 없다”며 관계 유지를 못 박았다.
다만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의제에 대해서는 협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했는데, 이에 대해선 “시리아의 평화는 양국 관계에 달려 있다”며 두 정상 모두 협력의 중요성만을 언급했다.
외신들은 터키와 미국 간의 긴장이 계속되자 에르도안이 러시아에 더욱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에르도안의 대러 외교 전략은 푸틴과 밀착해 미국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터키 분야 전문가인 아이칸 에르데미르는 “러시아와 밀착하는 터키의 행보가 결국 푸틴에게 대서양 동맹을 약화시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와 미국은 우호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부터 양국의 사이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2018년에 터키가 테러 혐의로 체포한 미국인 석방 문제로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결국 상대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이때 멀어진 관계는 아직까지도 복원되지 않았다. 바이든은 지난 4월 미국 대통령으로선 40년 만에 ‘아르메니안 집단 학살’이란 표현을 사용해 터키의 반발을 불렀고, 에르도안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판매한 바이든이 “피의 손으로 역사를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과 터키의 관계가 아직까지 중요하게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터키와 미국은 긴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강화·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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