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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해법은 '인재 키우기'... 인재보너스 시대 도래

입력
2021.10.02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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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하계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하계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 ‘인구오너스 → 인재보너스’의 뉴노멀 도래

옷은 몸에 맞을 때 본새가 난다. 몸이 변하면 옷은 달라지는 게 맞다. 사회구조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맞춘 제도 개혁이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한국형 고도성장은 사실상 인구보너스(Bonus) 덕이었다. 풍부한 노동력이 급성장을 주도했다. ‘인구 증가→노동 증가→생산 확대→소득 향상→저축 증가→투자 증대→실적 확대→경제성장’의 흐름이다. 생산가능인구의 확대는 고령화율을 떨어뜨려 부양 부담도 낮췄다. 인구 증가가 만들어낸 고성장의 연쇄사슬이다.

하지만 이제 보너스는 사라졌다. 오히려 정반대의 오너스(Onus) 국면이다. 인구 증가의 선순환보다 인구 감소의 악순환을 걱정할 때다. 인구오너스는 미래한국의 핵심 위협 중 하나다.

인구의 토대력·파급성을 볼 때 ‘호재→악재’로의 반전은 오너스의 뜻처럼 부담·책임·의무 등 부정적인 결과로 전이된다. 허리 밑은 줄고 어깨 위는 커지는 저출산·고령화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와 같다. 끝은 뻔하다. 덜 벌고 더 쓰면 버텨낼 장부는 없다. 더 벌고 덜 쓰는 혁신만이 살길이다.

인구 감소 속 인재·생산성혁명의 채택

인구 감소를 풀어낼 당장의 묘책은 없다. 어떤 선진국도 자연감소 중 출산율을 인구유지선(2.1명)까지 되돌린 경우는 없다. 출산·양육을 위한 사회전체의 공감·타협으로 대대적인 제도개혁에 나섰어도 성과는 미미하다. 인구정책의 목표 자체도 수정되는 분위기다. 늘리기보다 줄어드는 규모·속도를 최대한 묶어두는 방식이다.

덜 줄어드는 하방경직성만 잡아도 성과로 인정된다. 무리한 목표보다 눈앞의 현실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다.

포인트는 줄어든 인구를 소중하게 활용하는 걸로 요약된다. 노동수입형의 이민모델조차 쉽잖은 상황을 고려하면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축소인구를 미래의 성장동력에 잘 매칭시켜 활로를 찾아가는 게 현실적이다.

잉여·유휴인구를 최소화해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하면 인구 감소의 위협에서 비켜설 수 있다. 인구를 양적 숫자가 아닌 질적 개념의 인재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전략이다. 바로 인재보너스화다. 풀어보면 ‘인구보너스→인구오너스→인재보너스’의 기대효과다. 인재혁명을 통한 1인당 생산성의 향상을 꾀하는 방식이 실효적이다.

인재혁명은 시대인재의 맞춤 공급을 뜻한다. 달라진 시대에 맞춰 사회·경제적 진화를 추동해낼 인적자원을 만든다는 의미다. 다만 혁명이란 단어처럼 기존체계에의 종속보다 대폭적인 혁신을 지향한다. 변화를 따르기보다 앞서 혁신을 제안하는 인재혁명이 축소사회의 제반한계를 뛰어넘는 그나마의 생존·성장모델인 까닭이다.

발맞춰 세상도 변한다. 기업은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건다. 창의융합적인 인재 확보·교육 강화로 혁신을 실험한다. 미약하나마 대학도 거든다. 인재혁명의 산실 명성을 되찾고자 문제·현장 중심의 역발상교육에 한창이다.

인구 감소에 맞선 인재혁명은 일본이 선행사례다. 한국보다 앞서 자연감소, 노동력부족, 초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곡점을 넘긴 일본은 인재혁명만이 폐색(閉塞)사회를 구원해줄 힌트로 받아들인다.

아베노믹스 1.0과 2.0(로컬 아베노믹스)에 이어 2017년 미래투자전략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Society 5.0’이 핵심비전이다. 포인트는 ‘기술혁신과 근로개혁에 따른 신성장’이다. 인구오너스를 인재보너스로 재구성하는 전략이다. 추진모델은 인재혁명과 생산성혁명이다. 하나같이 인구 초점·사람 배려의 강화정책이다. 인재를 키워내 생산성을 높이면 초스마트사회의 고부가가치화도 달성된다.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사실상의 체제 전환(Paradigm Shift)이란 평가가 잇따른다.

인재 육성은 정책 지원(교육비)을 통해 유·초등부터 대학까지 양질의 교육기회 확대에서 출발한다. 양적(인구) 확대를 벗어나 질적(인재) 개선을 통해 인재력이 발휘되는 호순환구조를 기대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고용 확대·소득 증가·생활 향상이 재차 재원 확보로 연결돼 신기회 창출이 실현된다. 구체적으로 인구 감소·고령 위협·일손 부족은 인재교육을 통한 취업 촉진·효율 향상으로 대응한다. 교육 기회의 충실·균등화로 빈곤의 재생산과 격차화도 저지된다. 또 글로벌 경쟁 격화는 뛰어난 능력의 우수인재로 해소된다. 산업구조도 테크혁신에서 확인되듯 IT화에 걸맞은 인재 공급이 떠받친다.

게티이미지 뱅크

게티이미지 뱅크


4차 산업혁명과 전원참가형 사회 실현

‘인구→인재’로의 승격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설명력이 증가된다. 인재혁명과 함께 생산성혁명이 실현될 무대로 제격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성장능력은 심히 의심받는다. 그만큼 노동생산성은 연일 하락세다. 각국이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신성장동력에 골몰하는 이유다.

일본의 Society 5.0처럼 독일은 Industry 4.0을 통해 생산성을 국가 의제로 올렸다. 처음에는 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고도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개념·역할이 점차 확대된다. 첨단기술이 갖는 전형적인 잠재력·포괄성에 주목해 미래를 먹여살릴 혁신모델로 4차 산업혁명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첨단기술 자체의 비즈니스화다.

혁신의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사람은 또 그저 그런 양적인구가 아닌 전문·특화적 경쟁력을 갖춘 질적인재를 뜻한다. 이때 4차 산업혁명도 한층 넓고 깊게 영역을 넓히고 기회를 만든다.

주지하듯 4차 산업혁명은 규모와 파장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 가상·증강현실, 나노테크, 빅데이터 등 새로운 영역으로 계속해 확장된다. 오죽하면 기존을 뛰어넘는다는 ‘초(超)’라는 수식어로 연결·지능성을 강조할까. 더 빨리 더 많이 더 넓게 산업·고용·소비영역을 장악하며 몸값을 높인다. 그럼에도 주역은 역시 사람이다. 제아무리 첨단기술이 생겨나도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뜻하는 혁신연결은 인재만이 커버할 수 있다.

혁신인재라면 인구 감소에도 불구, 지속 성장도 달성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게 고전적인 자원투입형 성장방식은 끝났다. 그럼에도 성장하자면 고민은 깊어진다. 익히 알려졌듯 ‘경제성장=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을 분해해보면 창의인재·기술혁신의 파워는 쉽게 이해된다. 성장요소별 기여도를 보면 확실히 노동·자본의 영향력은 축소됐다. 믿을 건 총요소생산성(부가가치)뿐이다. 2000~04년 GDP성장률을 분해하면 노동(0.8%)·자본(2.2%)보다 총요소생산성(2.7%)이 가장 높다. 2025~29년은 각각 ?0.5%·0.8%·1.4%로 기여도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인구와 직결되는 노동은 2020~24년 ?0.4%로 추정돼 사실상 인구오너스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LG경제연구원).

자본·노동의 양적투입형 과거 모델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기여도가 더 큰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대전환이 요구된다. 총요소생산성은 사실상 혁신·기술로 요약된다. 눈에 잘 안 보이는 질적지표지만, 생산함수의 결과치를 끌어올릴 유력 대안이다. 한국은 특히 총요소생산성의 달성 압박이 크다. 2017년 보고서를 보면 향후 10년간 인구 변화에 따른 경제 규모의 위축 정도가 한국은 ?9.8%로 추정됐다. 대만(-10.1%)과 홍콩(-13.8%)처럼 도시국가를 빼면 가장 급격한 위축경고를 받았다(딜로이트). 인구의 능력·자질을 높여 1인당 인재파워를 키워낸 성장방식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가 불러온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대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시대변화에 맞는 혁신점프를 시도할 것인가. 인구충격에도 버텨내고 더 좋아질 지속 가능한 미래는 무엇으로 확보할 것인가. 아무리 둘러봐도 인재혁명뿐이다. 4차 산업혁명과 생산성 향상과제와도 일치하는 의제다. 제반 한계 속 당당한 앞날을 열어젖히는 우선순위는 소중해진 인구가 파워풀한 인재로 격상되게끔 노력하는 데 있다. 인구 감소의 양적 한계를 인재혁명의 질적 향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잉여인구를 최소화하는 전원참가형 사회 실현이 요구된다. 적극적인 교육·지원으로 방치인구에서 활용인재로 전환하면 된다. 모두의 노동의지·능력을 품어낼 때 전원참가의 혁신실험은 열매를 맺는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동의한 대타협이 필요하다. 지난하고 복잡하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강력한 추동엔진이기 때문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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