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사건 연루돼 13년간 옥살이
법원, 신청 3년 만에 재심개시 결정
공범도 지난달 재심으로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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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열린 통일혁명당 사건 공판에서 검찰의 논고를 듣고 있는 사건 피고인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13년간 옥살이를 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 박성준(81) 전 성공회대 교수가 52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는 박 전 교수 측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전날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심 청구 3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남파 간첩이 지식인과 대학생을 포섭해 정당을 조직하고 정부 전복을 기도하려 했다’고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박 전 교수는 통혁당 하부조직으로 지목된 학생 단체 '경제복지회'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 전 교수는 서울대와 이화여대의 기독교 학생연합 단체인 ‘경제복지회’를 만들어 북한의 경제제도를 찬양·연구하고, 부인인 한명숙 전 총리와 고(故) 박경호씨 등을 포섭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3년간 복역하다 1981년 출소했다.
통혁당 사건은 당시 검거된 사람만 158명에 달해 1960년대 최대 공안사건으로 꼽힌다. 통혁당 책임비서이자 박 전 교수와 동갑인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도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전향서를 쓴 뒤 복역 20년 만인 1988년 가석방됐다.
박 전 교수 측은 지난 17일 열린 재심 심문기일에서 유죄 인정 근거가 된 자백은 불법체포·감금, 가혹행위로 인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박 전 교수는 '이제 와서 재심 청구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판부가 묻자 “(그동안은) 재심을 내가 거부했다.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다시 생각하기도 고통스러웠다”고 흐느끼기도 했다.
박 전 교수와 함께 공범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받았던 고 박경호씨도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박씨는 정치학 전공 대학생으로 학문 연구 목적으로 출판물을 소지했던 것으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가 국가 존립의 안정과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걸 알고 반국가단체 이익에 동조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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