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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독방 가두고 새우꺾기 결박… "한국판 관타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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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독방 가두고 새우꺾기 결박… "한국판 관타나모"

입력
2021.09.29 17:25
수정
2021.09.29 19: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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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화성보호소 수용 모로코 출신 A씨
처우 항의하다 석 달간 12차례 독방 수감
6월엔 두 차례 사지 꺾이는 결박 조치당해
법무부 "A씨 난동·폭행 잦아 안전 조치한 것"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징벌적 독방 구금, 공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인권 유린 규탄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징벌적 독방 구금, 공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인권 유린 규탄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외국인을 독방에 가둔 채 팔과 다리가 등쪽을 향하는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로 결박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A씨가 보호소에서 기물 파손이나 자해 시도를 하고 직원을 폭행한 전력이 있다면서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사단법인 두루,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등 인권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소 측이 모로코 출신 A씨를 특별계호 명목으로 3개월간 12차례 독방에 구금했고, 처우에 대한 항의엔 가혹행위로 대응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단체는 정부에 △A씨에 대한 보호소 수용의 즉각 해제 △불법 인권유린 행위에 대한 책임자 처벌 및 진상 규명 △보호소장과 법무부 장관의 사과 및 재발방지책 마련 △외국인보호소 실태 파악 및 개선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A씨는 올해 6월 말 보호소 내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와 조치를 요구하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외국인을 '새우꺾기'로 4시간 반 포박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모로코인 A씨. 사단법인 두루 제공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모로코인 A씨. 사단법인 두루 제공

단체에 따르면 2017년 10월 난민 신청을 위해 입국한 A씨는 난민신청자(G-1-5) 자격으로 체류하다가 자격 연장을 놓쳐 올해 3월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보호소에 수용됐다. A씨는 열악한 처우 개선과 치통 등 외부 진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이에 항의하자 보호소는 특별계호를 이유로 그를 독방에 가뒀다. 특별계호는 보호시설 및 구성원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조치다.

단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 따르면, 보호소는 A씨가 독방에서도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6월 8일과 10일 새우꺾기 방식으로 포박했다. 이는 손목과 발목을 각각 묶은 끈을 등쪽에서 연결해 사지가 꺾이게 하는 자세로, A씨는 6월 10일엔 4시간 24분 동안 이 상태로 있었다. A씨는 4월과 5월에도 한 차례씩 이런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를 대리하는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CCTV 영상을 보면, 보호소 직원들이 피해자 머리에 보호장비(헬멧)를 강제로 씌우고 박스테이프, 케이블타이 등 불법적 도구를 동원해 고정했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런 행위가 A씨의 자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보호소 측 해명도 일축했다. 이 변호사는 "새우꺾기를 당하기 직전 자해나 난동은 없었다"면서 "설사 그런 상황이 있었더라도 사지를 결박하고 장시간 방치하는 것은 고문"이라고 비판했다.

"보호소가 동물 취급… 한국판 관타나모"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징벌적 독방 구금, 공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인권 유린 규탄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 징벌적 독방 구금, 공문서 조작 사건과 관련해 인권 유린 규탄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단체는 보호소가 A씨를 독방에 가두는 과정에서 통고서를 조작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계호 처분을 내리려면 당사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를 거쳐 관련 기록을 통고서로 보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나중에 한꺼번에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처분 기간이 각기 다른 통고서 12건이 특정한 두 날짜에 작성됐고, 모든 문서의 문서 번호가 동일하고 담당자 서명 날인이 없다"면서 "기재된 내용도 부실하고, 일부는 CCTV와 비교한 결과 허위로 작성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난동을 부린 것은 인정하지만, 부당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그들이 나를 동물처럼 취급해 평생 트라우마가 될 것 같다"면서 "진료와 치료가 필요한데도 보호소는 내 질병에 대해 어떤 지식도 배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을 방조하고 은폐하는 이곳을 '화성 관타나모'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테러 용의자를 수용하려고 쿠바에 만든 시설로, 각종 고문과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곳이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A씨 및 보호소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 해명에 따르면 A씨는 보호소에서 문짝, 변기, 수도관 등 시설을 수시로 파손했고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보호소 직원 중엔 A씨의 난동을 제지하려다 가격당해 상해 진단을 받거나 A씨에게 인격 모독을 당한 이도 있었다. 법무부는 "인권국 등이 진행하고 있는 진상조사 결과를 반영해 후속 조치할 것"이라며 "보호 외국인 처우 및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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