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직원 21명이 현지 여성 강간해
29명이 임신하고, 일부는 낙태 강요도
피해자들 "강력한 가해자 처벌 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콩고민주공화국에 파견된 일부 직원들이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WHO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향후 강력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원 절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WHO 독립위원회는 2018~2020년 에볼라 대응을 위해 민주콩고에 파견된 직원들이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영국 일간 가디언이 민주콩고에서 51명의 현지 여성들이 WHO 직원들에게 잠자리를 강요당했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내용을 시인한 셈이다.
위원회는 총 21명의 WHO 직원이 강간 등 심각한 학대 행위의 가해자라고 결론지었다. 13~43세 여성의 학대 사례 80여 건을 조사했는데, 이 중 29명의 현지 여성이 성폭행으로 임신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은 이들이 취업이나 계약 유지를 대가로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거절한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WHO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 사건이 야기한 지속적인 고통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용기를 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원회는 이번 사건이 “업무상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개인적 과실”이라며 가해자 개인의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WHO의 범죄 사실 시인을 환영하면서도 엄중한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WHO 직원들에게 성매매 제의를 받았다고 가디언에 털어놓은 아니파는 “나는 WHO가 이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지켜보려고 기다려왔다”며 “우리는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WHO가 사건에 연루된 직원 4명을 해임하고 2명을 휴직 처리했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WHO가 가해자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콩고미디어여성연맹(UCOFEM) 활동가 줄리 론도는 “WHO는 강간으로 트라우마를 입은 여성들과 이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배상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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