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9시즌 막바지 경기서 승부조작 의혹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후 첫 수사 의뢰로 대응
9개월간 전문기관 감정·구단주 조사 등 진행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배구단(당시 OK저축은행 배구단)의 승부 조작 시도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수사 착수 9개월여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경찰과 스포츠윤리센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최윤 OK금융그룹 배구단 구단주(OK금융그룹 회장)에게 이달 중순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 "전문기관 4곳 감정 결과 문제없어"
이번 수사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의뢰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됐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 기구다.
지난해 10월 29일 OK금융그룹 배구단이 고의 패배를 시도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센터는 자체 조사와 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그해 1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센터가 담당 사건을 수사 의뢰한 첫 사례로, 당시 센터는 'OK금융그룹 배구단이 해당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그렇다고 승부 조작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홉 달에 걸친 수사 끝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전문기관 4곳에 감정을 맡겨 해당 경기의 선수 기용, 경기 내용 등에 승부 조작이 의심되는 요소가 있는지 분석했다. 이와 함께 최윤 회장을 피의자로, 구단 감독 및 관계자들은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기관 4곳 모두 해당 경기가 정상적이었다고 판단했다"면서 "(승부 조작을 위해) 금품이 오가거나 담합한 흔적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 키웠던 구단과 연맹
문제가 된 경기는 2018~19시즌 프로배구 V리그 6라운드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의 경기였다. OK금융그룹의 3-0 승리로 끝난 경기였지만, 경기 전 구단 수뇌부가 패전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시즌 막바지 일부러 순위를 떨어뜨려 드래프트(신인 선수 선발) 지명 순서 등을 유리하게 배정받는 이른바 '탱킹(Tanking)'을 노렸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다. 당시 단장이 구단주에게 경기 승리를 두고 사죄한 것으로 해석되는 카카오톡 대화록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의심을 키웠다.
관련 제보를 접수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처신도 논란이 됐다. 연맹은 상벌위원회에서 △OK금융그룹이 해당 경기에서 승리한 점 △이 구단의 전후 5개 경기를 확인한 결과 해당 경기에 특별히 불성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연맹이 상벌위 결정을 OK금융그룹을 제외한 다른 구단엔 4개월 넘게 알리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맹이 사건을 무마하고 숨긴 것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KOVO는 "혐의 없음 처분이라 상벌위 결과를 별도로 알리지 않았고, 해당 구단엔 재발 방지 차원에서 관리 요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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