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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재 강제동원 문제, '외교적 해법' 가능성은?

입력
2021.09.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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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日미쓰비시 자산 현금화 명령
외교가 "대위변제가 현실적인 해법"
대선 영향 감안, 文정부 적극성 관건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 법원이 27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현금화) 명령을 내리면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가 한일관계의 확실한 악재로 자리 잡았다. 다만 자산 현금화까지는 적어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외교적 해법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일 간 성금 모금, 대위변제 등의 해법이 거론되지만, 관건은 임기를 6개월 정도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일본과 ‘빅딜’에 나설지 여부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모든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 한일 양국 협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며 일본 측에 열린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의 법적 해석에 다툼이 있는 만큼 우리 법원 결정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원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명령은 한일관계의 ‘레드 라인’으로 여겨져 왔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이미 “만약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한일관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경제 보복을 예고했다.

그러나 업체 측의 항고와 재항고 등 지난한 법적 절차를 감안할 때 정치적 대타협을 도출할 시간은 충분하다.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성금 지급 방안이다. 정부는 2019년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이른바 ‘1+1’ 안을 제안했다. 물론 일본의 거부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위자료라고 해도 일본 기업 자산이 동원되는 만큼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한때 유력 해법으로 부상했던 이른바 ‘문희상안’을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한일 기업의 기금(1+1)에 양국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α)을 더하자는 게 골자다. 이 대책 역시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피해자들의 반발로 힘을 얻지 못했다.

외교가에서는 “그나마 ‘대위변제’가 현실적 타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우선 배상한 뒤 나중에 일본에 일종의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정부로선 피해자 권리를 보호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고, 일본 측도 구상권을 거부할 여지를 둘 수 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주장하는 국제법과 한국의 국내법(사법부 판결)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은 대위변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기 말에 접어든 현 정부가 일본과의 정치적 협상에 얼마나 적극성을 보이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위변제에 일본이 동의하더라도 피해자들이 거절하면 ‘피해자 중심주의’를 저버렸다는 국내 비판 여론이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피해자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일본도 성실히 협상에 임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과 타협하기 싫은 건 차기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시간이 늦어질수록 외교적 부담도 커지는 점을 고려해 현 정부가 절충점을 찾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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