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내리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선전=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석방 문제를 거론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실제 양 정상 통화 2주 후쯤, 캐나다에 억류돼 있던 멍 부회장이 2년 9개월 만에 다시 중국 땅을 밟으면서 중국 요구에 미국이 화답한 모양새가 됐다. 다만 미국 백악관은 '인질 맞교환 협상'은 없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멍 부회장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고 확인했다. 보름 후인 24일 밤 멍 부회장이 캐나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려나 중국으로 귀국한 만큼, 시 주석의 '멍완저우 석방 요구'를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통화 당시 바이든 대통령도 간첩 혐의를 받아 중국에 수감돼 있던 캐나다인 두 명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다.
그러나 미중 정상 간 통화 과정에서 해당 인물들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 양측이 구체적 협상을 하진 않았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사키 대변인은 "(멍완저우에 대한) 기소 연기는 법무부의 법적 결정이고, 우리 법무부는 독립적인 기관"이라며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들의 석방이 '정치적 인질 교환'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당국의 캐나다인 석방 결정과 멍 부회장 기소 연기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다는 의미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멍 부회장 석방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쟁 관계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강압적 행위, 인권 유린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의 상징이던 멍 부회장이 중국으로 귀환한 것과 관련, "양국 대립 완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이다.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의 딸인 멍 부회장은 2018년 12월 미국의 대이란제재법 위반 등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후 미국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뒤, 캐나다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있다가 이달 24일 미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하면서 2년 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멍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9일 만에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억류됐던 캐나다인 2명도 곧바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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