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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을 난민이라 못 부르는 현실

입력
2021.09.29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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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 아프간인 '특별기여자'로 명명
여론의식 조치이나 실제론 명백한 난민
난민법 10년 됐지만 아직도 높은 정서 장벽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공군 수송기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입국했다. 공군 제공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와 가족들이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공군 수송기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입국했다. 공군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한민국이 수행한 재건사업에 종사한 현지인과 그 가족을 정부가 인도해 8월 말 국내에 입국하도록 했다. 이들은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병원, 한국직업훈련원, 한국 지방재건팀, 한국 기지에서 근무한 사람들과 그 가족으로, 입국 대상 427명 중 391명이 입국해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정착 준비를 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의 체류를 위해 거주자격(F-2)의 한 유형으로 '특별기여자' 범주를 설정했다. 특별기여자는 정착 지원 외에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과 동일하게 취업의 자유를 누리며 체류기간을 5년마다 갱신할 수 있다. 391명은 모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직접 국내로 입국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입국 대상자는 다른 나라로 이미 출국하는 등의 사정으로 함께 입국하지 못했다고 한다. 입국 대상자 427명 외에도 한국에 조력한 이유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한국과의 연고를 소명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조력한 대가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정부가 신속하게 구출해 입국시킨 것은 칭찬할 만하다. 미국은 아프간 조력자들을 위한 특별이민사증(SIV)을 발급했고 호주도 특별한 인도적 지위를 부여하는 사증을 통해 조력자들을 입국시킨 것을 보면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의 체류자격을 고안한 법무부의 방책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그러한 조치는 3년 전 예멘 난민 사태 때 체감한 반난민 정서를 고려할 때 불가피하기도 했다. 실제로 예멘 난민 반대에 앞장섰던 시민단체가 이번에도 배타적 정서에 불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입국 대상자들이 한국에 협력했다는 명분과 엄격한 신원 확인을 거쳤다는 사실이 그러한 움직임을 제압했다.

국내에는 그 외에도 434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체류하고 있다. 외교공무, 유학, 기업투자 등 체류의 배경은 다양하다. 정부는 체류기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체류기간이 지난 사람 중 국내에 연고자가 있는 사람에게는 출국 유예를 해주기로 했다.

원래 난민이 아니었으나 본국의 정세 변화 또는 체류국에서의 활동 때문에 난민이 되는 사람을 '체재중(sur place) 난민'이라 한다. 국내 아프가니스탄인의 상당수는 그에 해당될 수 있다. 어떻든 그들은 본국으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 난민법은 난민인정자는 물론 인도적 체류자와 난민신청자,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고문 위험의 근거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제송환을 금지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그 수준을 넘어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모든 아프가니스탄인의 송환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의 조치는 이와 같은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난민인권단체들은 비판적이다. 체류기간을 넘긴 사람에 대한 출국 유예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더욱이 국내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는 것은 송환 중단의 취지에 반한다고 말한다. 난민인권단체 연대기구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합법체류자에 대한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라는 것도 난민법상의 인도적 체류허가와는 다른 미봉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들은 한국사업 종사라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으로 인해 근거 있는 박해공포를 느끼는 난민임이 틀림없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이들을 특별기여자로 부르면서 입국시킨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난민을 난민이라 부르지 못하는 우리의 신세는 처량하다. 난민법 국회 통과 10주년이기에 특히 그러하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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