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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정성윤 폭로…'D.P.'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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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정성윤 폭로…'D.P.'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입력
2021.09.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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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가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았다. 넷플릭스 제공

'D.P.'가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았다. 넷플릭스 제공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대. 걱정 마"

입대를 앞둔 청년이 종종 듣는 이야기다. 거짓말은 아니다. 일과 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가혹행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많은 군인들이 여전히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 최근 제대한 20대 남성은 본지에 언어폭력이 군대 내 아직 남아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지난달 공개됐다. 이 작품은 배경이 된 2014년 쯤 군대를 다녀온 이들은 물론, 최근 전역한 이들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선임들의 괴롭힘에 힘들어하는 해당 드라마 속 탈영병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하석진·정성윤, 부조리 폭로한 스타들

하석진이 과거를 회상했다. 하석진 유튜브 캡처

하석진이 과거를 회상했다. 하석진 유튜브 캡처

'D.P.'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몇몇 연예인들은 군 복무 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부조리에 대해 폭로했다. 전경 출신인 배우 하석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고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개를 좋아하던 고참은 강아지가 젖병 안의 우유를 먹지 않자 하석진을 비롯한 후임들을 불러 상의를 벗게 했다. 하석진은 "개 우유를 가슴에 떨어뜨린 다음에 (강아지에게) 먹였다. (나를) 도구화 한 거다"라고 말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강아지가 젖병의 꼭지와 사람의 젖꼭지를 구분하겠느냐. 당연히 안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더라. 막내 시절 경비실에서 수유를 했던 슬픈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하석진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군 복무 시절 그는 경찰 관계자와 민원인의 차량을 구분해야 했다. 관계자의 얼굴, 차 번호를 외우지 못하면 고참이 폭력을 휘둘렀다. 하석진은 "전경은 폭력에 대한 관대함이 있었다. 얘기하다 보니 그때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다리에 흉터가 남아 있다. 맞아서 생긴 거다"라고 말했다.

배우 정성윤 또한 군대와 관련된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내와 함께 꾸며나가는 중인 유튜브 채널 '미성부부'를 통해서다. 그는 훈련소에 있을 때 여러 부대의 제의를 받고 국방부 의장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병 올라가기 바로 전에 합동참모본부의장의 당번병으로 차출됐다. 합참의장 공관으로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어 "넓은 저택이 쫙 모여 한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합참의장님은 아침이 되면 국방부로 출근하신다. 사모님의 수발을 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서야 얘기하지만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관장님한테 차라리 최전방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의장님을 모시는 건 당연하지만 다른 일까지도 했다. 일일이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그런 것들을 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정말 하기 힘들었고 심리적으로 피폐해졌다"고 말했다.

'D.P.'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이처럼 'D.P.'는 연예인들까지 군 가혹행위 문제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부조리함을 당연시하는 풍조 속에서 과거를 잊고 살았던 이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 결과 대중은 군인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D.P.'가 변화의 물결이 한 번 더 일렁이도록 만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만족하기엔 이르다. 한 네티즌은 하석진의 폭로 영상에 "형, 저 의경대 나왔는데 바뀐 거 없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사회의 어두운 면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물론 희망 역시 존재한다. 'D.P.'는 병영 문화에 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회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꿔줄 새 작품들의 등장을, 그리고 힘을 더해줄 스타들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잔잔한 변화의 물결을 거센 파도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연예계가 미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이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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