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업계, '테스트' 위주 판매전략에서
자사몰·배달앱에서 '즉시배송' 속도전으로?
비대면 수요 흡수… 매장 불황 돌파구로
지금까지 화장품 구매는 온라인 보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 직접 보고 테스트해보는 체험이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모바일 대중화와 더불어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장 늦은 품목에 화장품이 꼽힌 이유다.
그랬던 화장품 소비 방식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리한 비대면 쇼핑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이에 온라인몰 판매를 강화하고 나선 화장품 업계는 배송 경쟁으로 고객 잡기에 착수했다.
'익일'도 느리다… 화장품도 빠른 배송이 생명
신선식품도 아닌 화장품에 불어닥친 즉시배송 바람은 단연 수요 증가 때문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4,712억 원으로 3년 전보다 약 27% 확대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올해는 특히 즉시배송 수요가 가파르다. 2018년 3시간 이내 배송인 '오늘드림' 서비스를 선보인 CJ올리브영은 올 1~8월 관련 주문 건수가 지난해 동기간 대비 3.2배 증가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개시한 지난 7월 15일부터 9월 23일까지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90% 신장했다.
이에 CJ올리브영은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간대별 세 종류로 세분화하고,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수령하는 '오늘드림 픽업' 등 후속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22일 새벽배송되는 화장품을 2배 확대해 600여 종까지 늘렸다.
즉시배송에 익숙해진 고객은 더 이상 상품을 며칠씩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전엔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거나 생필품이 급하게 필요한 상황에 따라 즉시배송을 운영했다면, 빠른 배송이 일상화된 지금은 패션·화장품도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쇼핑몰 리뷰로 양질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어 직접 테스트해보지 않아도 구매 결정이 쉬워진 것도 온라인 소비심리에 불을 지폈다.
새로운 고객이 생긴 게 아니라, 매장 방문 고객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이라 이 수요를 잡는 게 사업 지속성을 위해서도 중요해졌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즉시배송을 시작했을 때 대용량 화장품 매출이 뛸 것으로 예상했으나, 운영해보니 소용량 위주로 판매되는 매장 판매 추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온라인으로 이동한 기존 고객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수익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숍 불황에… 배달 앱이 돌파구로
코로나19 장기화로 로드숍채널 판매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기존 화장품 업체는 불황의 돌파구로 즉시배송 서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로드숍 위주로 수익을 창출하던 중저가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등은 배달 응용소프트웨어(앱)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자사 브랜드 아리따움을 배달 앱 요기요에 입점시켰다. 9월 기준 270개 매장이 요기요에 들어갔고, 향후 전국 700개 이상으로 입점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아리따움은 체험형 서비스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왔지만 4~5년 전부터 판매 부진으로 매장 수가 줄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이 어려우니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배송 서비스를 택한 것"이라며 "아리따움 가맹점 재고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라, 가맹점의 재고 부담을 덜고 수익을 높일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