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성폭력, 형사처벌 명확한 근거 규정 없어
증거 따라 경범죄처벌법 적용 가능할 수도
"앱으로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 기사가 여자친구에게 '성행위 서비스'를 이야기했습니다. 기사님에게 전화를 했는데 부인하시더니 나중엔 농담으로 건넨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23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한 누리꾼이 '태국 여자친구가 택시기사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며 토로한 글이다. 네티즌들은 공감을 표시하며 "당장 신고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과거 비슷한 사건이 자주 있었고, 그때마다 형사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5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SBS방송을 통해 보도된 제보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인 여성 승객 A씨가 60대 택시기사로부터 "20만 원 줄 테니 맥주 한 잔 하고 같이 자자"고 말했다. A씨 부부는 택시 기사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적용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행법에는 언어적 성폭력을 뜻하는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적용할 수 있지만, 통상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등을 검토한다 해도 택시에 타고 있으니 다수의 앞에서 발언했다는 '공연성'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위 사건 같은 경우 그 자체로 불법인 성매매를 제안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 성매매 제안'은 성매매특별법으로도 미수로 규정되는 범위 밖이다. 위력이나 위계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운수 회사 측에서 택시 기사에게 징계를 가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측도 민원에 대응해 페널티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택시 면허증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택시 회사에서 근무할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정도가 심하다면 형사처벌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매일신문과 T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19년에 대구에서 한 여대생이 택시를 탔다가 "여자는 음란 영상을 보고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지 그것만 연구하면 된다" 등의 발언을 듣고 녹음해 부모를 통해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경우도 경찰은 처음에는 말뿐이었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가 처벌받기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곧바로 이 사건의 기사가 경찰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죄'에 해당하다고 판단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직전 달에도 20대 여성 승객을 대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고,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진술서를 확보해 이를 근거로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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