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맡은 경찰서장·검찰 직원에 뇌물?
군납 식품 문제 땐 군사법원장에 금품
돈 받은 서장 징역 8개월, 법원장은 4년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
2016년 9월 경남 사천경찰서 서장실, 식품가공업체 대표 정모씨와 그 자회사 대표인 장모씨가 최모 서장에게 20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면서 한 말이다. 정씨 회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를 재활용해 어묵을 만든 의혹으로 수사가 임박한 상황이었다.
정씨 등은 이듬해 4월까지 수사 책임자인 최 서장에게 총 93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했다. ‘사건을 잘 해결해달라’는 취지였다. 2018년 6월 ‘불량 어묵’ 문제가 검찰 수사로 이어지자, 이들은 사건을 맡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실의 수사계장에게 25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 및 항공권을 건넸다.
이들의 ‘뇌물 공세’는 군으로도 뻗쳤다. 2015년 6월 당시 정씨의 회사는 각종 식재료를 군부대에도 납품하고 있었는데, 돈가스와 불고기 패티가 문제가 됐다. 돈가스는 원재료 중 등심이 함량 미달이었고, 불고기 패티는 전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군 내부 점검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때도 대응법은 뇌물이었다. 정씨 등은 이동호 전 고등군사법원장(2015년 당시 제1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에게 2015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현금이나 차명계좌 송금 방식으로 총 5,910만 원을 제공했다. 이 전 법원장이 이 시기 육군본부 고등검찰부장, 국방부 법무담당관 등을 역임하면서 군법무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란 점을 노렸던 것이다. 이 전 법원장은 2018년 12월 군 최고 사법기관 수장인 고등군사법원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 뇌물수수 의혹이 드러나 이듬해 11월 파면됐다.
뇌물을 준 정씨와 장씨, 뇌물을 받은 이 전 법원장과 최 전 서장 등은 2019년 말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씨에게 뇌물 공여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24일 밝혔다. 정씨의 고교 동창이기도 한 장씨는 징역 1년을 받았다.
뇌물 수수자들도 징역형을 면치 못했다. 최 전 서장은 징역 8개월에 벌금 1,000만 원을, 이 계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과 별도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은 올해 4월 징역 4년에 벌금 6,000만 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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