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어릴 때 차별을 당해 보죠. 저는 어릴 때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은 적이 있어요. 코가 크다는 게 어린 나이에는 심각한 문제였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 상황이 가벼운 상처로 지나갈 수 있지만 어떤 분한테는 그 상처 이상으로 고통이 크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해당 법안이 차별을 금지하는 23개 항목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한낮 최고 기온이 29도에 육박했던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으로 땀에 흠뻑 젖은 스님들이 들어섰다. 국회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호소하면서 열흘 동안 30㎞를 오체투지로 나아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었다. 스님들은 세 발자국마다 큰절을 올리면서 장애인부터 노동자, 한부모, 쪽방촌 주민, 성소수자 단체 등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다양한 사회단체를 순회하고 국회에 이르렀다. 조계종은 어째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지지할까? 오체투지를 이끌었던 지몽 스님에게 이유를 들어봤다.
불교 교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1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지몽 스님은 조계종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저항하면서 일어난 종교”라면서 “부처님은 처음부터 차별에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스님은 “불교의 모든 사상을 꿰뚫는 하나의 법이 연기법인데 여기에 따르면 모든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다. 인간은 상호 의존하고 서로 주고받는 존재인데 우리 사회가 이것을 놓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기법에 따르면 타인의 입장과 고통을 이해하고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스님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세상을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만 재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불교의 가르침인 연기적 사유와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에는 남녀만 존재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 역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뿌리를 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양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소수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들을 위로하는 것 역시 불교의 역할이다. 스님은 “변희수 하사의 49재를 지내면서 위패에 남녀를 구분하는 말을 적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온전한 인간이라는 뜻에서 ‘변희수 영가’라고만 썼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다양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이 법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스님은 강조했다. 스님은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이 법안에 포함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을 문제로 법안이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는 쪽으로 자꾸 몰고 가는데 이 법안은 고용이나 재화, 용역, 교육, 행정 서비스 등의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하나가 만들어진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차별이야’라고 말해줄 근거가 생긴다면 사람들의 생각도 차츰 달라질 것이라고 스님은 생각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인성이나 도덕이 무너져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국회) 통과는 그러한 의식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중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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