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 만에 성사된 '코리안 더비'
황희찬, 기회 창출·승부차기 등 활약
경기 뒤 유니폼 교환하며 우정 과시
다음 맞대결은 내년 2월 정규리그
토트넘 손흥민(29)과 울버햄튼 황희찬(25)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2018년 3월 스완지시티에서 뛰던 기성용(서울)과 손흥민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맞대결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성사된 '코리안 더비'다. 승리는 형 손흥민의 토트넘이 거머쥐었지만 동생 황희찬도 이적 후 첫 선발에서 활약하며 부르노 라즈 울버햄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둘은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바꾸고 진한 포옹을 나누며 이날을 기념했다.
황희찬은 23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32강 토트넘과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왓퍼드전과 브렌트퍼드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출전이다.
경기 초반 토트넘이 두 골을 뽑아내며 앞서갔지만 왼쪽 윙포워드 황희찬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토트넘 수비진을 부지런히 괴롭혔다. 잇따라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다. 황희찬은 1-2로 뒤진 전반 45분 맥스 킬만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살짝 넘겼다. 후반 2분에는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논스톱으로 슈팅했지만 토트넘 수비 2명이 황급하게 태클하는 바람에 빗나갔다.
결국 동점골은 황희찬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후반 13분 황희찬은 황소 같은 몸싸움으로 탕기 은돔벨레의 공을 빼앗았다. 이어 레안데르 덴동커의 논스톱 패스를 통해 다니엘 포덴세의 골로 연결됐다.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위해 에이스를 아껴두려던 누누 산투 토트넘 감독은 결국 후반 16분 손흥민을 교체 투입했다. 영국 땅에서 코리안 더비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휘저으면서 분위기를 가져갔다. '손케 듀오'의 플레이도 오랜만에 돋보였다. 후반 22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케인이 달려가며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2-2 무승부로 전·후반 90분이 끝나 승부차기가 이어졌다. 라즈 감독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키커로 황희찬을 선택했고, 황희찬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기대에 부응했다.
경기는 토트넘이 승리했다. 울버햄튼의 3~5번째 키커가 잇따라 실축했다. 하지만 황희찬도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강한 몸싸움을 이용한 공간 창출, 승부차기 성공으로 감독과 팬들의 신뢰를 쌓았다.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골과 도움을 기록한 울버햄튼 선수들보다도 높은 평점 7.5점을 황희찬에게 부여했다. 교체로 투입된 손흥민의 평점은 6.3점이다.
경기가 끝난 뒤 황희찬과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따로 만나 유니폼을 교환하고 포옹을 나눴다. 황희찬이 경기 중 쓸린 부위를 손흥민에게 보여주고 손흥민이 황희찬을 툭툭 치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토트넘 구단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둘의 포옹 사진을 올리며 'Korean love!'라고 적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정규리그 맞대결은 내년 2월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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