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팀슨센터, 北 경제 매체 분석 보도
국방비 지출과 민간 지출 우선론 논쟁
비핵화 교착·코로나 고립 심화에 격론
지난 2018년 북한이 ‘핵·경제 병진’에서 ‘경제 건설 집중’ 노선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을 당시 북한 내부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했다는 미국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이날 로버트 칼린·이민영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김정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 국방비 대 민간 지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제 매체에 실린 기사들을 토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경제 건설 집중’ 노선을 발표했을 당시 북한 정권의 고위급 관리들 사이에서 정책 전환을 두고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집중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군사 및 핵 프로그램에 대한 더 많은 국방비 지출을 지지하는 관리들은 국방에 대한 투자가 민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민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군사력으로부터 민간 경제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논쟁은 2011년 김 위원장이 집권했을 때부터 시작됐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축소를 대가로 국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심화했다. 보고서는 “북한 경제의 상당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국방 부문에 투자돼 민간 경제를 굶주리게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라며 “하지만 이것이 늘 확고한 정책은 아니었고, 한동안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북한 경제 매체들이 국방 관련 기사보다는 향상된 경제 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싣기 시작했는데, 이는 병든 김정일이 아들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이런 논쟁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주요한 열쇠라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북한이 더욱 고립되면서 핵과 경제 중 우선론을 두고 내부 논쟁이 더 심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민영 연구원은 “북한 경제 매체들의 보도는 북한 고위 관리들의 지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1월 핵 전력을 키우겠다고 발표했으나 2019~2020년 경제 부양을 지지하는 기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WP는 “핵과 경제 우선론 논쟁은 북한의 핵 야망과 절박한 경제 투쟁 사이의 긴장과 관련, 북한 수뇌부들이 고뇌하는 보기 드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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