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사전녹화 연설에서 공표
"美 동맹 규합 맞서 자국 입지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개발도상국의 녹색 저탄소 에너지 개발을 돕겠다는 언급과 함께 나온 ‘깜짝 발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돌연 전향적 입장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이 동맹을 규합해 대중(對中) 포위망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도 지구촌 공통 관심사에 발맞춰 자국 입지 강화에 나선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사전 녹화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앞으로 해외에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새로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구체적 내용과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이다. 2060년까지 중국의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은 상태) 목표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지난해의 약속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의 예상치 못한 ‘선언’에 국제사회의 관심도 집중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 오염국’으로 꼽힌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사용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석탄을 이용한다. 해외 개발도상국에도 꾸준히 자금을 조달하며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부추겨 왔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녹색일대일로 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화력발전소의 70% 이상이 ‘차이나 머니’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7개국(G7) 등이 “중국이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진일보한 기후 대응 방침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유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국제사회의 이 같은 압박을 외면해 왔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지구촌 공통의 숙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중국도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오랜 기간 환경오염 통제에 불만을 품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약속”이라고 평가했다.
갑작스런 중국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서방과 중국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지만, 기후변화라는 지구촌 목표를 두고는 협력 여지를 내비쳤다는 긍정론이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11월 유엔 기후변화 총회를 앞두고 미중이 기후협력 분야에서 좋은 시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순수한 기후대응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세계 패권을 다투는 미국에 맞서려는 전략적 행보의 일환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며 중국을 견제하는 만큼, ‘달라진 중국’을 보이는 방식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영국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결성한 호주의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바이든의 동맹 추진에 따라 시진핑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미중 경쟁은 경제, 안보 문제뿐 아니라 기후 정책에도 적용된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전문가들은 일단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커다란 진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 기후변화 싱크탱크 E3G의 올든 메이어 선임연구원은 “개도국에 석탄 인프라 자금을 조달하는 최대 국가인 중국의 결정은 중대한 발전”이라고 말했다.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 소장도 “큰 찬사를 받을 만하다”고 박수를 보냈다. 중국에 해외 석탄 발전 자금지원 중단을 촉구해 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단계”라며 시 주석 발표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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