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미사일 쏘아올린 남북, '도발' 가르는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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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미사일 쏘아올린 남북, '도발' 가르는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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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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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자주국방과 도발 사이

편집자주

2014년 잠시 연재했던 ‘정승임의 궁금하군’을 다시 새롭게 시작합니다. 군 세계에 정통한 고수보다는 ‘군알못’(군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글을 씁니다.

북한이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 당시 모습.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남북이 같은 날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5일 오후 2시,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SLBM)을 표적에 명중시켰습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시간여 앞선 낮 12시 34분과 39분에는 북한이 열차에 실은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천장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날아오른 겁니다. 열차를 활용한 미사일 플랫폼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기동성을 과시한 순간이었습니다.

6ㆍ25전쟁 이후 교전이 벌어지는 상황도 아닌데 남북이 동시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남북이 군비경쟁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발사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했습니다. SLBM 개발국에 북한의 이름을 쏙 빼버리고 우리나라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7번째 개발국이 됐다고 적시한 겁니다. 2016년 8월 SLBM인 북극성-1형에 이어 2019년 10월 북극성-3형 발사에 성공한 북한을 SLBM 보유국으로 인정해왔던 언론과 전문가들은 갸우뚱했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가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SLBM을 발사할 만한 잠수함이 북한에 아직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가 눈길을 끈 건, SLBM이 개발 전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비닉(?匿)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군 당국자들은 기밀을 이유로 입에 담지 못했던 무기였는데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현장을 참관한 데 이어 “SLBM을 비롯한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겁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7년 6월 23일에도 ADD를 찾아 우리 군의 첫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인 ‘현무-2C’ 성공 발사 장면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다만 북한을 의식한 듯, 공개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며 비닉무기인 현무-4 미사일 개발 성공을 선포했지만 현장은 참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심한 듯 현장을 찾은 데 이어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까지 내놓은 겁니다.

같은 날 미사일 쏘고도 北만 규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미사일전력 발사 시험을 참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제는 우리가 쏘아 올린 SLBM을 북한이 5년 전 시험발사할 당시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긴밀한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미사일을 우리가 발사하며 “자위력 차원의 전력 확보”라고 강조하게 된 겁니다.

북한이 이날 열차에서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 역시 유엔 제재 대상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기에 이 같은 메시지 발신이 좀 민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남북이 군비 감축을 궁극적 목표로 한 9ㆍ19 남북 군사합의 3주년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으니까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어쩌다 남북이 이제는 같은 날에 미사일을 쏘게 됐느냐”며 “이제 누가 누구에게 도발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지 4시간 만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담화를 낸 겁니다. 우리의 SLBM 발사가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자위력 확보 차원이듯, 자신들의 탄도미사일 발사도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정상국가의 군사력 증강 차원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우리의 태도가 ‘내로남불’이라는 거지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할 당시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릴 당시, 방한 중이던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일방적인 군사적 조치가 한반도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자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련국’이란 표현을 쓰면서 우방국인 북한만을 문제 삼지 말라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왕 부장은 지난 11, 12일 이어진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에 힘을 실었습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도발이라고 비판했고요.

자주국방 차원에서 무기 개발은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같은 날 미사일을 쏘고도 북한의 행위만 도발로 간주되는 건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핵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곡선을 그리며 대기권 밖으로 날아갔다가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에 핵을 탑재하면 곧바로 대량살상무기가 되니까요. 핵이 없는 우리 입장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도발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로남불에도 이유가 있는 거지요.

北, 인도·파키스탄과 달리 유엔제재 받는 이유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한 2003년 1월,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NPT 탈퇴 결정을 지지하는 모습. 평양 AP 연합뉴스

물론 핵 보유국이라고 해서 모두 규탄을 받는 건 아닙니다. 1970년 발효된 ‘핵과 관련된 가장 강력한 규범’인 NPT(핵확산금지조약)는 1967년 1월 이전에 핵을 보유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만 합법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합니다. 강대국 중심의 ‘불평등한 조약’이란 지적도 있지만 이 체제 덕에 핵 전쟁을 막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는 1975년 NPT의 86번째 가입국이 됐고, 북한도 1985년에 합류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소련(현 러시아)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전수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NPT 가입국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강대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 제공’이라는 ‘당근’을 받습니다. 물론 반대로 이를 어길 시 유엔으로부터 막대한 제재를 감수해야 하고요. 1993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며 NPT를 임의 탈퇴했던 북한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북한에 경수로 발전소를 무상으로 지어주는 내용의 이른바 ‘제네바 합의’ 이후 복귀합니다. 그러나 2003년 또다시 NPT 탈퇴를 선언합니다. 다만 일방적인 통보였기에 탈퇴를 공인받지는 못했습니다. “중대한 안보 위협 시 NPT를 탈퇴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원전 기술 지원을 받아 놓고 핵을 개발하겠다고 줄행랑친 ‘먹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70년 출범 이후 NPT를 탈퇴한 국가는 북한 외에 없습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 실험 이후, 추가적인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나온 배경입니다. 이 결의는 북한의 미사일 관련 물자 이전과 금융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NPT가 인정한 5개국이 아닌데도 유엔의 제재 없이 사실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애초부터 NPT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NPT 가입을 거부하며 핵무기 제조의 권리를 지켜온 셈입니다. NPT 체제에 편입됐다가 명분 없이 스스로 뛰쳐나간 북한과는 상황이 다른 거지요.

“자주국방이냐, 도발이냐” 좌지우지한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오커스는 이들 세 국가명을 딴 이름이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주목할 건 자주국방이냐, 도발이냐 여부가 주로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됐다는 점입니다. 이웃한 적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경쟁적인 핵실험으로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위협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과 준동맹 내지는 협력국이 됐습니다.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파트너가 됐고요. 파키스탄은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착수하면서 손을 잡은 케이스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가 많은 파키스탄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당시 파키스탄에 행했던 무기 금수조치 등을 해제하고 파키스탄을 미군의 군수, 작전의 후방기지로 활용했습니다. 이들의 핵 보유는 도발이 아닌 자위력 차원의 전력 확보가 됐고요.

지난 15일 미국이 영국ㆍ호주와 대중국 견제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체결하면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넘겨주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핵 비확산을 이유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국의 핵잠 건조를 반대해왔는데, 이를 거스르는 행보이기 때문이지요. 미국이 핵보유국이 아닌 국가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란을 의식한 듯, 미국은 ‘단 한번의 예외’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국익이 비핵화와 핵 확산금지라는 국제적 원칙보다 우선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美, 호주 핵잠 지원으로 더 어려워진 북핵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모여 한반도에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SLBM을 발사한 날, 군 당국은 문 대통령 앞에서 동ㆍ서해상의 모든 함정을 타격할 수 있는 국산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과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시험도 선보였습니다. 개발을 완료했거나 개발단계에 있는 무기체계를 패키지로 공개한 셈입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이 주권국가로서 정정당당하게 무기를 개발하는 길은 딱 하나, 핵을 포기하고 NPT 체제로 복귀하는 겁니다. 북한에 핵이 없다면 탄도미사일을 쏘든 순항미사일을 쏘든 간섭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미국이 자국 이익을 이유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이 제1목표인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사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뒷전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당장 북한 외무성은 20일 “그 어떤 나라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부합된다면 핵 기술을 전파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으로 국제적인 핵 전파 방지 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핵 보유 명분을 강화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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