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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후발국의 위드 코로나

입력
2021.09.22 18:00
수정
2021.09.22 20:22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전 광주 서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 첫날인 18일 오전 광주 서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가장 앞섰던 영국 미국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지난봄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한 번 이상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2차 접종률은 지금도 55~65% 정도다. 접종률 그래프에 주목할 지점이 있다. 접종률 45~55% 즈음에서 증가세가 훅 꺾여, 10%포인트를 더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미국은 1차 접종률 64.6%, 2차 접종률 55.4%로 G7 국가 중 가장 낮다. 최근 하루 확진자 15만 명 안팎, 사망자는 2,000명 대로, 위드 코로나는커녕 백신 이전으로 돌아갔다.

□ 이 나라들을 부러워했던 우리나라는 8~9월 하루 100만 명의 무시무시한 접종 속도전을 벌여 국민의 71.2%가 맞았다. 2차 접종률(43.2%)도 따박따박 따르는 추세여서 한 달 뒤면 70%가 접종을 완료할 것이다. 접종 완료율 세계 최고인 싱가포르(79.8%)에는 못 미쳐도 캐나다(70.4%)쯤은 될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접종률이 완만해지는 지점은 70%였다. 우리나라가 언제쯤 접종률 곡선이 꺾일지 궁금한데 아직까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 미국의 낮은 접종률에는 정쟁도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주지사들은 대놓고 마스크 착용, 백신 의무화를 반대했다. 지지 정당에 따라 백신 인식은 뚜렷하게 달라진다. 공화당 지지자 중 백신을 맞았거나 맞을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64%(모닝컨설팅 조사), 백신 의무화 찬성은 29%(CNBC 조사)로 민주당 지지자(각 85%, 74%)와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작용을 과장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전면적인 백신 불신·거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얼마나 현명한 국민인가.

□ 21일 한·베트남 정상이 유엔총회장에서 만나 한국이 베트남에 백신 100만 회분 이상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은 달라진 상황을 실감케 한다. 의료 인프라와 국민 인식이 훌륭한 데다 백신 공급도 원활하니 이제 위드 코로나의 삶을 기대해도 좋겠다. 코로나로 생계 타격이 큰 자영업자, 지칠 대로 지친 의료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궂은일을 도맡아 한 필수 노동자, 단절된 세상을 살아야 했던 이들 모두 조금만 더 버티기를 응원한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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