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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끈지끈’ 자주 생기는 두통, 뇌종양·뇌출혈 때문?

입력
2021.09.21 11:14
수정
2021.09.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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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오경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홍보이사)

두통 원인이 300여 가지나 되는데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두통 원인이 300여 가지나 되는데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으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두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그런데 두통이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두통은 참고 좀 쉬거나 약을 먹으면 낫는다. 그러나 어떤 두통은 뇌종양, 뇌출혈, 뇌압상승, 뇌염 등 심각한 뇌 질환 전조 증상일 수 있다.

평소처럼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간 치료시기를 놓쳐 생명을 잃거나 평생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두통은 왜 생길까.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신체와 연결된 뇌신경, 머리 속 혈관이나 머리 주변 근육은 통증 신호를 감지한다.

뇌 주변이 자극을 받고 통증에 예민해지면서 두통이 되는 것이다. 유전적으로 자극에 더 민감해 통증을 잘 느끼도록 타고난 사람도 있다.

◇300가지가 넘는 두통 발생 원인

두통 원인을 세세하게 따지면 300가지가 넘는다. 크게 구분하면 뇌에 큰 이상이 없는 1차 두통과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난 2차 두통으로 나뉜다.

1차 두통의 70~80%는 스트레스ㆍ피로ㆍ수면 부족 등과 관련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긴장형 두통이다. 잘 먹고 잘 자면서 쉬면 곧 좋아진다.

1차 두통의 10~20%는 통증 강도가 심하고 빛과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속이 메스꺼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편두통이다. 편두통 환자의 절반 이상은 하나 이상의 두통 유발 요인을 갖고 있다. 수면 부족ㆍ과로ㆍ생리ㆍ날씨 변화ㆍ포도주ㆍ초콜릿ㆍ치즈ㆍ튀김ㆍ커피 등이다.

이 가운데 자신에게 생기는 편두통 유발 요인을 피해야 한다. 두통이 생겨도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참아도 된다. 두통이 심하면 진통제를 먹고 반응이 있는지 살핀다.

자신에게 맞는 효과적인 두통 약을 찾으면 된다. 다만 습관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면 그 자체가 만성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두통이 잦다면 ‘두통 일기’를 써보자. 머리가 언제 어느 정도로 아팠고, 어떤 약을 얼마만큼 먹었는지 기록해두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진통제를 주 1~2회 이상 반복적으로 먹고 있다면 신경과 진료를 받는다. 편두통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예방 약물을 먹거나, 만성 편두통은 머리·목·어깨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 통증에 대한 역치를 높인다.

◇뇌종양ㆍ뇌출혈 등으로 나타나는 2차 두통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2차 두통은 뇌종양ㆍ뇌출혈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2차 두통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예전과 다른 두통이 생겼을 때 의심해야 한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귀가 안 들리고, 걸음걸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등 없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경련ㆍ의식 소실ㆍ마비 같은 이상 징후를 동반한 두통은 뇌 속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증상은 두통이지만 1분이라도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할 긴급 상황도 있다.

누군가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극심한 벼락 두통이 느껴진다면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subarachnoid hemorrhage)’을 의심할 수 있다. 뇌를 싸고 있는 3개의 막 중 하나인 지주막 아래에서 생긴 출혈로, 뇌동맥류가 파열돼 주로 발생한다.

지주막하출혈이 나타난 환자의 30일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며, 생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경학적 후유증을 앓게 된다. 따라서 빨리 인지해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두통은 시작되고 몇 분 내로 최고조에 달한다.

보통 뇌출혈이라고 부르는 ‘뇌실질내출혈(intraparenchymal hemorrhage)’이 생겨도 두통이 나타난다. 뇌를 싸고 있는 막 아래쪽 뇌 조직에 발생한 출혈로, 환자가 7일 이내 사망할 확률이 30%나 된다. 생존자 중 1년 이내 사망률이 55%이며, 20% 정도만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개인과 사회에 큰 부담을 남기는 질환이다.

뇌실질내출혈은 고혈압이 있거나, 혈관 기형이나 뇌동맥류가 있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 많이 발생한다. 이때 두통은 서서히 생기며 몸 한쪽이 저리거나 마비되고, 언어 장애나 의식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지주막하출혈과 뇌실질내출혈 등 뇌출혈로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호소한 주증상은 두통이었다. 보건복지부가 2011~2015년 응급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뇌출혈 환자가 경험한 주증상은 두통(21.0%), 방향 감각 상실(8.3%), 편측 마비(7.9%), 의식 변화(7.2%), 어지럼증(4.3%) 순이었다.

문제는 주증상이 두통이었던 환자가 다른 증상을 보인 환자보다 최초 증상 발생 후 응급실 방문이 비교적 늦다는 점이다. 뇌출혈은 추위가 시작되는 11월부터 증가해 12월에 가장 많다. 따라서 갑자기 두통이 생기면 면밀히 살피고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면역력이 낮은 암 환자, 어린이, 임신부도 염증성 질환 등 다른 원인에 의한 2차 두통 가능성이 높다.

50대 이상 중년에서 처음 발생한 두통도 2차 두통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나 성행위 도중 갑자기 발생한 두통은 뇌동맥이 풍선처럼 늘어나거나 찢어져 나타난 증상일 수 있다.

누워 있을 땐 괜찮다가 앉거나 섰을 때 심해지는 기립성 두통은 뇌 속 압력이 줄어들어 생긴 것일 수 있기에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오경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오경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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