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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눈 밑 떨림, 단순 마그네슘 부족 때문 아닐 수도

입력
2021.09.18 17:58
수정
2021.09.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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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떨림 증상은 대두분 수면 부족, 피로 누적, 마그네슘 등 전해질 불균형으로 생기지만 삼차신경통 때문에도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눈 떨림 증상은 대두분 수면 부족, 피로 누적, 마그네슘 등 전해질 불균형으로 생기지만 삼차신경통 때문에도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몸에서 생기는 증상 가운데 모호한 것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가 잘못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증상이 ‘한쪽 눈 떨림’이다. 한쪽 눈 떨림은 대부분 수면 부족, 피로 누적, 마그네슘 등 전해질 불균형에 의해 생긴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증상이 지속한다면 안면경련을 의심할 수 있다.

◇안면경련, 마그네슘 부족으로 생기는 눈 밑 떨림과 달라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은 대표적인 뇌신경 기능 장애 질환이다. 뇌신경은 12개의 쌍으로 이뤄지는데 각각 고유의 기능이 있다. 예컨대 1번은 냄새를 맡는 후각신경, 2번은 시각을 담당하는 시신경이다.

안면경련은 얼굴 운동을 담당하는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과 관계있다. 얼굴은 수없이 많은 근육으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눈을 감거나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허륭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안면신경이 과민 반응하면 경련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얼굴 한쪽에만 나타나는 ‘반측성 안면경련’으로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눈과 입 주변에서 경련이 일어나게 된다”며 “안면경련은 대부분 눈 주변에서 시작해 입 주변까지 퍼져나간다”고 했다.

흔히 안면경련을 전해질 불균형인 마그네슘 부족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의 근육을 안정시키는 근육 안정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우리 근육의 안정이 깨지면서 특히 안면에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증상은 주로 눈 밑 주변에 있는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쪽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제는 오른쪽, 오늘은 왼쪽으로 번갈아 나타나는 식이다. 이때는 마그네슘을 보충하면 증상이 없어진다. 얼굴 한쪽에만 나타나는 반측성 안면경련과 차이가 있다.

◇삼차신경통 통증… 출산 고통보다 심해

얼굴 움직임은 안면신경이 담당하지만 감각과 통증을 전달하는 역할은 5번 삼차신경이 한다. 삼차신경은 신경이 세 개(三)의 가닥(叉)으로 갈라져 각각 이마와 눈 주위, 광대뼈 주변, 턱 주변을 담당하는데 이 신경을 따라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안면통증, 즉 삼차신경통이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출산 고통 이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편이다. 통증 평가 척도인 ‘바스(VAS) 스코어’에서 가장 심한 통증 점수인 10점까지 기록될 정도다. 보통 10점은 죽고 싶을 만큼의 통증으로 이해된다. 출산은 보통 8~9점 정도다.

통증은 주관적이므로 객관화하기 위해 적외선 체열 검사를 하게 되는데, 급성 통증인 경우 체열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는 반면, 만성인 경우는 체열이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허륭 교수는 “삼차신경통 증상은 식사할 때, 물 마실 때 유독 더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를 치통으로 오인하고 치과를 찾는 이가 많다”며 “치과에서 이상 소견이 없는데도 통증이 계속 지속한다면 신경외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면신경 기능장애 10년간 20% 이상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면신경 기능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10년간 2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고령화 탓도 있지만, 예전에는 증상을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 잘못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신경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환자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안면경련과 삼차신경통은 적절히 치료받으면 95% 이상 완치한다. 모두 약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완치하려면 수술해야 한다.

안면경련은 얼굴을 움직이게 하는 안면신경을 원래는 닿지 않았던 혈관이 누르면서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는 혈관과 신경 사이를 떼어주는 치료, 즉 미세혈관 감압술을 해야 한다.

안면신경은 귀 뒤쪽에서 나와 얼굴 쪽으로 나가는데 미세혈관 감압술은 귀 뒤 약 4~5㎝의 피부를 절개하고 500원 동전 크기만큼 뼈를 떼 낸 다음, 혈관과 신경이 맞닿는 부분을 현미경으로 찾아내 신경과 혈관 사이에 인체에 무해한 테플론이라는 스펀지를 집어넣어 영구적으로 닿지 않도록 하는 수술이다.

삼차신경통도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삼차신경과 맞닿아 있는 혈관을 떼 주는 미세혈관 감압술이 시행된다.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은 환자는 평균적으로 완치율이 95% 정도 된다. 특히 완치된 환자 100명 중 80명은 수술 직후 즉각 떨리는 증상이 없어진다.

증상이 오래됐으면 완치를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이럴 때에도 완치율은 95%로 동일하다. 다만 증상이 짧았던 환자보다 완치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장시간 증상이 지속하면 우리 뇌가 안면이 떨리는 것을 정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경에 혈관 압박이 없어도 뇌는 떨려야 한다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허륭 교수는 “뇌에서 신경이 나오는 부위는 중추신경계에서 말초신경계로 이환되는 부위로 외부자극에 상당히 불안정하다. 따라서 이 부위에 혈관 압박이 생기면 안면경련이나 삼차신경통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안면경련이나 삼차신경통으로 불편한 증상을 가진 환자의 경우 신경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일반적으로 뇌수술은 두개골을 크게 열고 합병증을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미세혈관 감압술은 그렇지 않다”며 “아주 작게 열고 합병증, 후유증도 상당히 적은 수술로 거부감보다는 기대감을 갖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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