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추가 기소 후 4년 만에 선고
징역 7년→9년 "국민 신뢰 저버린 범죄"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 인사 사찰을 지시하고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70)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 심담 이승련)는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받은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보다 가중된 형량이다.
원 전 원장은 전직 대통령 등의 풍문성 비위정보를 수집하고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국정원 예산을 불법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1심과 달리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올해 3월 대법원은 원심이 무죄·면소 판단한 직권남용 혐의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권양숙 여사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감시 지시 △'야권 지자체장 국정운영 저해 실태' 문건 작성 지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 여당 선거대책 마련 지시 △명진스님 사찰 지시 혐의 등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이들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 등을 고려할 때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는 실제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인식과 국정원 정보수집 업무의 특성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의 지시는 국정원장으로서의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로서 직권남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행위에 대해 "국민 신뢰를 배반하는 중대범죄"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은 토론과 건전한 비판으로 자유롭게 형성돼야지, 정보기관이 나서 견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기본 질서에 명백히 어긋난다"며 "국민이 국정원의 업무수행 방식 특례를 인정하면서까지 국가안전보장에 매진하도록 한 취지를 저버린 반헌법적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댓글공작'은 2018년 징역 5년 확정...'적폐청산' 기소로 4년 더 재판
앞서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동원해 특정후보를 겨냥한 지지·반대 댓글을 달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5번의 재판 끝에 2018년 4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로도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다.
재판 도중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원 적폐청산' 일환으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고, 원 전 원장은 2017년 10월부터 총 9차례 추가 기소됐다. 이후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치며 4년 가까이 재판이 이어졌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재직 시절 정치 공작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에게는 징역 2년 4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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