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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차 미사일' 발사 뒤에, 김정은 '軍 회전문 인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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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차 미사일' 발사 뒤에, 김정은 '軍 회전문 인사' 있었다

입력
2021.09.17 15:20
수정
2021.09.1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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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군 서열 1위' 박정천 주도적 역할
강등→승진 반복하는 '회전문 인사'로 성과 압박
김정은, 군부 내세워 책임 피하고 협상 여지 남겨

북한이 15일 평안남도 양덕에서 열차를 활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북한이 15일 평안남도 양덕에서 열차를 활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최근 북한이 쏘아올린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열차 탄도미사일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북한군 서열 1위이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당 비서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불참한 가운데 11, 12일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어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 올해 6월 비상방역 관련 중대사건으로 강등되고, 이달 7일 승진 복귀하자마자 미사일 도발의 주역으로 등장한 셈이다. 군부의 무한 충성 경쟁을 유도, 성과를 압박하는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가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박정천은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국방과학기술과 군수공업의 무진장한 능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방과학 부문에서 나라의 방위력, 전쟁억제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과업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다짐이 묻어난다. 그는 곧 이어 8차 당대회 결정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열차 탄도미사일 훈련을 이끌었다. 누가 봐도 최고지도자의 역점 사업을 숨가쁘게 이행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박정천이 최선을 다하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간부들의 잦은 교체를 통해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김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상 언제 또 권부 밖으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올해는 5개년 무기체계개발 계획의 첫 해라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숙청 가능성이 훨씬 크다. 차질 없는 업무 수행과 확실한 성과만이 회전문 인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인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기존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이 아닌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튀는 아이디어’로 업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존 방식의 일환으로 풀이한다.

김 위원장은 이런 군 간부들의 불안 심리를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를 고리로 군 수뇌부를 틀어쥐고, 군사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사업에 실패하면 문책 근거로 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김 위원장 대신 군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도발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뒤로 빠져 대외적 활동 공간을 넓히고, 대화와 도발 사이에서 유연성을 갖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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