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문재인 정부 핵잠 보유 물밑 노력?
비확산 원칙 확고한 美 반대로 지지부진
"중국 등진 호주와 한국은 다르다" 지적도
15일(현지시간) 출범한 미국ㆍ영국ㆍ호주 간 3각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서 가장 관심 가는 내용은 미국이 호주에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수함)’ 지원 방침을 밝힌 부분이다. 핵잠수함 기술 제공을 금지한 원칙에 ‘단 한 번 예외(one off)’를 뒀다지만, 핵잠 보유를 위해 물밑에서 노력해온 미국의 또 다른 동맹 한국으로선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전례가 생긴 만큼 한국의 핵잠 보유 가능성도 커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국제안보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국의 핵잠 도입 추진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해군 사업단의 이름을 딴, 이른바 ‘362사업’을 통해 핵잠 도입ㆍ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추진 초기 언론에 공개되며 서둘러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잠잠하던 핵잠 도입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에서 되살아났다. 현 정부 초기 해군은 비밀리에 핵잠 개발을 위한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군 당국의 의뢰로 민간기관들이 핵잠 도입 타당성을 수차례 연구하기도 했다. “프랑스 바라쿠다급(5,300톤) 수준의 핵잠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보고서도 있었다.
외교적 노력 역시 병행됐다.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문제와 더불어 핵연료를 공급받으려 미국을 꾸준히 설득했으나 지난해 10월 방미 당시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한국의 핵잠 도입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해서다. 한국이 보유하는 순간, 일본도 달려들 게 뻔하고 일본과 처지가 비슷한 독일 역시 핵잠을 갖겠다고 아우성칠 수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이날 이후 다시는 (핵잠 개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도 다른 동맹국들의 민원(?) 요청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호주와 한국을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16일 “호주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이 한국의 핵잠 보유를 용인해야 할 근거는 여전히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맞서 미국과 함께 싸우고 있는 호주와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전략으로 일관하는 한국의 입장은 다르다는 뜻이다.
한국의 핵연료 농축을 제한하는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잠 개발이 원천 금지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나 사실이 아니다. 이 협정은 애초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즉 민수용 원자력에 국한되기 때문에 군사 목적인 핵잠과는 무관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