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지방공항 중 13개 적자
"부산·대구공항 교통 좋아지면
적자 울산공항 미래 고민해야"
"도시 경쟁력 측면 존치" 의견도
‘산업 수도’ 울산시가 ‘역주행’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은 앞다퉈 신규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는 오히려 운영 중인 공항 폐쇄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만만치 않아 ‘울산공항 폐항’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공항 건설 ‘추진’ 6곳, ‘검토’ 4곳 등의 안을 놓고 이달 중 공항개발계획을 확정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16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공항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항공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울산의 교통망 확충에 대한 종합계획’ 발표 자리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신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울산공항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것으로, 송 시장이 언급한 연구는 사실상 울산공항 폐항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용역이다.
울산시의 공항 폐항 추진 배경엔 적자 행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적자 폭 확대 등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광역철도망 구축 계획이 꼽힌다. 송 시장은 “울산 부산 경남 경북을 아우르는 도시철도 1, 2호선과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영남권 순환 광역철도가 추진 중이고 오는 11월 동해 남부선, 2023년 중앙선 복선 전철이 개통 예정”이라며 “이런 교통망 완성을 전제로 항공교통편에 대한 미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산 수영비행장을 예로 들며 “국제공항으로까지 이용됐지만 1996년 폐항 이후 오히려 부산의 랜드마크인 센텀시티가 들어섰고, 주변의 엄청난 발전을 이끌었다”며 사실상 울산공항의 폐항을 주장했다.
울산공항은 시 승격과 특정공업지구 지정에 따라 비즈니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1970년 문을 열었다. 연간 이용객은 한때 120만 명을 넘기도 했으나, 2010년 KTX울산역 개통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5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582억 원에 이른다.
지방공항 적자는 비단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이른바 ‘빅4’로 꼽는 김포?제주?김해?대구를 제외한 10개 공항은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빅4 공항 역시 제주를 제외한 3곳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지난해 적자 행진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은 통합을 추진 중이고,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은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과 같은 거점항공사 유치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포항공항이 최근 국내 최초로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간 1,300만 명의 경주 관광객 중 일부라도 공항 이용객으로 끌어들여 적자 폭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공항 주변으로 도로, 철도 등 육로가 발달하고 있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의 공항 폐쇄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울산에 대규모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KTX역이 있고, 부산 대구 지역 공항으로 가는 교통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울산 정도 되는 도시엔 공항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 운영에 항공을 포함한 교통 인프라가 핵심이고, 향후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본다면 폐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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