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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오셀로’ 외교, 헛물켜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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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오셀로’ 외교, 헛물켜는 3가지 이유

입력
2021.09.16 15: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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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美 흔적 지우려 4개국 순방...성과는]
①”한반도 건설적 역할”…北 도발로 빛 바래
②”역내 평화 전기 마련”…이분법에 편 갈라
③”뗄 수 없는 이웃”…고춧가루 뿌리는 일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0~15일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한국 방문을 마쳤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정부 핵심인사들이 지난 7월부터 번갈아 찾아 우의를 다졌던 곳이다. 미국으로 쏠린 주변국을 중국 쪽으로 다시 돌려놓기 위한 일정이었다. 상대편 말을 자기 말 사이에 끼이게 하여 자기 말의 색깔로 바꾸는 오셀로 게임과 닮았다.

①”한반도 건설적 역할”…北 도발로 빛 바래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팜 빈 민 부총리를 만나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팜 빈 민 부총리를 만나고 있다. 하노이=AFP 연합뉴스


중국 매체들은 “왕 부장의 4개국 순방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15일 문재인 대통령 접견 직후 “왕 부장이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3가지를 밝혔다”며 △상호 존중 △협력 △한반도 평화를 꼽았다.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빛이 바랬다. 한중 회담 당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선 건 2016년 9월 5일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를 제외하면 전례를 찾기 어렵다. 당시 북한은 동해상으로 사거리 1,000㎞ 탄도미사일 3발을 쐈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직후였다. 한중 관계가 험악해진 시점에 북한이 기름을 부었다.

반면 이번에는 중국이 북한과 주변국의 자제를 촉구하던 상황이었다. 중국은 “한반도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중시하며 이를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했지만, 북한이 촉발한 돌발사태로 ‘중국 역할론’의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중국 전문가는 “내년 선거를 앞둔 한국이 맹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었다간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상황을 자의로 해석했다. 정지융 푸단대 교수는 16일 “한국은 코로나 확산과 경제 부진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국과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다면 문 대통령의 정치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뤼챠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은 더 많은 불안정과 위험을 유발한 반면 중국은 지역 평화의 닻이라는 점을 한국이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②”역내 평화의 전기 마련”…이분법 앞세워 편 가르기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4일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장이 14일 싱가포르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환구시보는 왕 부장의 한국 방문을 “역내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에 또렷이 각인된 건 편을 가르는 왕 부장의 이분법이다. 그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 5개국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아이즈’에 한국 참여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한국 취재진을 향해 “미국으로 기울었는지, 중국으로 기울었는지 당신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반문했다. 신경질과 윽박으로도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왕 부장의 순방에 앞서 중국 매체들은 “미국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이웃국가의 협력수준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과 연간 무역 3,000만 달러, 인적 교류 1,000만 명(한국)”, “아세안에 코로나 백신 3억6,000만 회분 공급(싱가포르)” 등 경제와 보건 협력을 강조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중국에 민감한 미국과의 군사ㆍ외교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하자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미중 관계가 악화돼 어느 한쪽을 택하는 상황을 아시아 국가들은 원치 않는다(지난해 4월 포린어페어스)”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지적에 중국이 여전히 둔감한 셈이다.

③”뗄 수 없는 이웃”…고춧가루 뿌리는 일본

기시 노부오(오른쪽) 일본 방위장관이 12일 베트남 하노이 국방부 청사에서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기시 노부오(오른쪽) 일본 방위장관이 12일 베트남 하노이 국방부 청사에서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과 함께 환영식에 참석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하노이=EPA 연합뉴스


왕 부장은 베트남에서 “역외 세력을 공동 저지하자”고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남중국해에서 외부 간섭과 도발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도 베트남을 찾아 방위장비 및 기술이전에 관한 협정을 맺고 중국에 맞선 국방분야 협력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기시 장관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원칙도 재확인하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일본이 훼방을 놓으면서 주변국을 단속하려는 중국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심지어 왕 부장이 한국을 찾아 “서로 뗄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유화메시지를 보낸 15일 일본 육상자위대는 전국 모든 부대가 참여하는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최대 규모 훈련이다. 대만은 물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한창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상정한 상륙연습도 포함돼 있어 중국을 향한 무력시위나 다름없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이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부응하려 하지만 중국과의 충돌은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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