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품고 지난 6월 출판사 창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달 초까지 소설가 정세랑, 음악감독 김인영, 배우 손수현 등 최근 예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 창작자 20명이 질문에 대한 답을 편지로 썼다. 수신인과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 배달된 편지들이 한데 모여 단행본으로 나왔다.
'언니'라는 단어는 대체로 자매 간 애정이나, 여성의 연대를 우선 떠오르게 만든다. 실제 그렇기도 할 테지만 이 낱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예컨대 언니가 원래의 뜻과는 너무 다른 의미들로 오염된 탓에 이제는 '형님'으로 부른다는 사람도(이반지하) 있다.
당연히 편지의 수신자인, 언니의 스펙트럼도 넓다. 필자들에게 언니는 '식빵 언니'로 불리는 배구선수이기도 하고, 페미니스트이며, 성매매 여성이자, 재일조선인이며, 태어나지 못한 가족 등이다. 3~5쪽 분량의 짧은 글들에는 다정함과 위로, 격려가 배어 있다. '혼자 걸을 때에도 함께라는 걸 알고 나자 (나를 가로막는) 벽들이 투명해져요'라는 정세랑 작가의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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