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상대국 발전의 길과 관심사 존중해야"?
美 압박 응수하듯 한국 상대 '구동존이' 강조
"하루에도 역사 이뤄" 北, 올림픽 참가 가능성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상호 존중”이라는 말을 부쩍 반복했다. 미국이 압박수위를 높일 때마다 중국이 항변하며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반면 내년 수교 30년을 맞아 한국과의 교류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해법은 딱히 내놓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을 마주하면서도 시선이 어디에 꽂혀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왕 부장은 ‘삼십이립(三十而立ㆍ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이라는 공자의 어록을 인용하며 “양국은 역사적 성공의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 30년의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이 양국을 흔들 수 없을 만큼 관계가 무르익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한중 양국 상황이 다르지만 상대방이 선택한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존중했고 중요 관심사, 각자의 민족 문화, 국민 정서를 존중해왔다”면서 “이런 좋은 전통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이 이날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서로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치켜세우는 데 치중한 것과 뉘앙스에 다소 차이가 있다.
왕 부장은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화두로 한국과의 인적 교류 촉진과 방역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올 4월 중국 샤먼으로 정 장관을 초청해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5개월이 지나 한국을 방문해 이번에는 ‘상호 존중’을 화두로 내세운 것이다. 차이는 인정하되 협력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가 중국 외교정책의 핵심기조이기는 하나, 다자회의나 라이벌 미국과의 회담이 아닌 한국을 상대로 중국이 이를 강조한 건 이례적이다.
중국의 미묘한 태도 변화는 미중 관계의 최근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7월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지도자 정상회의에서 “국가마다 민주주의 방식이 다르다”며 “다른 나라가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의 ‘상호 존중’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21세기에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믿는 독재자가 많다”고 시 주석을 겨냥하며 중국을 몰아세우고 있다.
왕 부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로 북한의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과 관련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한국을 향해 중국이 카드를 쥐고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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