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2년간 유예로 차주 상환능력 알 수 없어
"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 영업도 쉽지 않아" 불만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6개월 재연장되자 은행권에선 대출 관리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차주에게 시간을 더 줘 봐야 결국 은행권이 떠안을 부실 채권 규모만 커진다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만기가 연장된 규모는 209조7,000억 원에 이른다. 원금 상환 유예 규모가 12조1,000억 원, 이자 상환 유예 규모는 2,000억 원에 각각 달한다. 이번 재연장으로 해당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대출만기를 연장하더라도, 최소한 차주의 상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서 이자만큼은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한 차주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면서도 “2년간 이자를 내지 않으면 은행으로선 해당 차주의 상환 능력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이번 연장으로 부실 위험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늘어난 기간만큼 확대된 리스크를 은행이 감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실 대출 관리 위험이 커진 반면, 은행권의 주수익인 대출 영업은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올해 가계부채가 사상 첫 1,800조 원을 돌파하면서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영업 중단 선언 이후,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가계대출 관리에 착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는 늘었는데, 당국의 압박으로 우량 고객에게 대출은 못 해주고 있다"며 "내년 3월 이후 부실 차주가 급증하면 은행 수익성은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출영업 제한과 유예 조치 재연장에도 은행의 수익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더 올라가고, 지난해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충당금(7조 원)을 미리 쌓아놨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에도 이자이익은 견조할 전망이고, 상환유예 여신에 대한 대비 또한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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