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심히 촬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리나 강수진님처럼 영광의 상처를 얻었죠."
배우 이주영은 '보이스' 속 도망치는 장면을 찍으며 발을 다쳤다. 그는 "딱딱한 신발을 신고 계속 뛰었는데 발이 아프더라. 밤새도록 달린 후 집에 와보니 엄지발톱에 피가 차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며칠 뒤에는 양쪽 발톱이 빠지기까지 했단다. 이 얘기를 하는 이주영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최선을 다한 탓에 생긴 상처는 고통이 아닌 만족감을 안겨줬다.
이주영은 1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보이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해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리얼 범죄 액션 영화다.
"깡칠, 전형적인 해커와 달라"
이주영이 맡은 캐릭터인 깡칠은 보이스피싱 네티워크에 침입하는 블랙해커다. 서준의 일당백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주영은 깡칠을 "개성 강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전사가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하고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그가 표현한 깡칠은 욕망이 뚜렷한 캐릭터였다. "전형적인 해커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자유분방한 느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는 것이 이주영의 설명이다. 이주영은 두 명의 감독들과 대화를 나누고 보이스피싱 관련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며 자신만의 깡칠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실제 성격? 평화주의자"
깡칠과 실제 이주영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주영은 자신의 MBTI가 평화를 사랑하는 INFP라고 알려줬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내성적이고 말도 없었다"고 했다. "작품으로만 보다가 저를 실제로 만난 사람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성격, 이미지인 줄 몰랐다고 하죠. 사실 전 친구들과 있을 때는 허당 캐릭터에요."
이런 이주영은 과감한 성격의 역할들을 소화하며 쾌감을 얻는다. 그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아두는 성격이다. 그래서 연기를 할 때 해방감을 많이 느낀다. 마음속의 모든 걸 다 표출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이 직업의 매력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변요한·조재윤에 감사"
'보이스'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은 이주영이 잠들어있던 과감함을 깨워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주영은 "날 많이 신경 써주고 배려해 줬다"며 변요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변요한에 대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한 그는 "너무 즐겁고 편하고, 행복한 현장이었다. 선배님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이 잘 진행된 듯하다"며 미소 지었다.
조재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주영이 바라본 조재윤은 '베테랑 배우'였다. 조재윤은 이주영이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선배님께 의지를 많이 했어요. 재밌고 편안하게 해주셔서 쉬는 시간에 수다도 많이 떨었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어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장점"
앞서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에 출연했던 이주영은 작품에 따라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매 작품에서 같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장점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이라고 생각한다. 센 역할도 잘 할 수 있지만 내면 연기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들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 마냥 좋고 재밌기만 했다는 이주영에겐 한 가지 숙제가 생겼단다. 깡칠의 매력이 그의 고민 덕에 더욱 깊어진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작품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배우 이주영을 앞으로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죠."
이주영을 비롯,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조재윤 이규성 등이 출연하는 '보이스'는 이날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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