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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의 무서운 질주... 車업계 오랜 관행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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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의 무서운 질주... 車업계 오랜 관행 깨지나

입력
2021.09.16 04:30
수정
2021.09.16 08:51
20면
0 0

문재인 대통령 "광주, 상생의 첫걸음 내디뎌"
GGM, 지역 청년 고용 창출...1만 명 간접고용 효과?
캐스퍼 사전예약, 목표 물량 초과...비대면 판매 촉발?
캐스퍼 판매량, 연간 10만 대 이상 돌파는 어려워?
고부가가치 물량 배정 필요하지만...노조 반대 뻔해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 1호 생산차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 1호 생산차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값 연봉으로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가 본격 가동됐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사회 일자리 부족과 완성차 업계의 고질적인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와 직접 연관된 현대차 노조의 거센 반대로 수익성이 낮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로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데다, 향후 사업 확대도 어렵다는 점에선 부정적이다. 광주형 일자리 유지 기간이 약 10년 정도로, 단기 프로젝트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 해외 기업들 국내로 유턴 유인에 대한 기대감도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광주 빛그린산업단지 내 GGM 공장에서 '양산 1호차 생산' 기념행사가 열렸다. 광주 지역 노·사·민·정이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지난 2019년 1월 상생 협약을 체결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행사엔 박광태 GGM 대표이사와 임서정 청와대 일자리수석, 공영운 현대차 사장 등을 포함해 40여 명이 참석했다. 임 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는 상생의 첫걸음을 내디디며 포용과 나눔의 도시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며 “고용 창출이 본격화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로 지역 청년 고용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GGM이 현재까지 고용한 인원 총 505명 중 약 93%인 470명이 지역 청년 인재였다. GGM 관계자는 “향후 고용을 1,000여 명까지 늘릴 예정”이라며 “생산 운영과 설비 구축 등 과정까지 합하면 1만1,657명의 간접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GGM 근로자들의 평균 초임 연봉은 3,500만 원으로,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완성차업계 근로자 평균 연봉(9,072만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면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의 국내 유턴도 기대된다.

이날 GGM에서 양산에 돌입한 경형 SUV인 캐스퍼의 판매도 출발이 순조롭다. 올해 연말까지 1만2,000대 판매가 목표였지만,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이미 1만9,000여 대가 팔렸다. 업계에선 자동차 제조사의 손익 분기점을 연간 판매량 5만 대 정도로 추산한다. 연간 생산역량이 10만 대인 GGM은 내년부턴 연간 7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캐스퍼가 현대차·기아의 비대면 판매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금까진 노조의 반대에 막혔지만 캐스퍼에 한해 처음으로 100% 온라인 판매키로 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대세”라면서 “대리점을 통한 중간 과정이 없어지면 소비자들도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 생산 공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 첫 번째 완성차인 캐스퍼 생산 공정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경차 시장 내리막길...GGM 수명, 향후 10년 불과 우려도

다만 광주형 일자리에 장밋빛 전망만 비추는 건 아니다. 국내 경차 시장은 소형 SUV 시장 확대와 고급차 수요 증가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17.3%를 차지했던 경차 시장은 지난해 7.0%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9만6,503대에 그쳤는데, 캐스퍼 판매량이 연간 1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나긴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현대차는 인도 등 신흥국과 유럽 시장으로 판로를 넓힐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글로벌 경형 SUV 시장은 일본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하며 주도권을 잡고 있어서다.

더욱이 유럽의 경우 2035년까지 모든 판매 모델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이고, 앞서 현대차도 2040년부턴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등 4대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형 SUV의 판매량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GGM의 위탁생산 수명은 앞으로 최대 10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기 생존을 위해선 대형 SUV나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모델들의 물량 배정이 필수적이지만 기득권에 민감한 현대차 강성 노조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GGM에 위탁 생산하는 형태로 경형 SUV를 배정한 것도 사실 모두 노조의 눈치를 본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로 청년들이 고용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이들의 미래가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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