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이라고 하나 극장가 차림표는 풍성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탓이다. 한국 상업영화로는 ‘보이스’와 ‘기적’만이 추석을 맞아 15일 개봉했다. 상대적으로 경량급으로 분류될 만한 영화들이지만 쏠쏠한 재미가 있다.
범죄 스릴러 또는 따스한 드라마
‘보이스’는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서준(변요한)이다. 그는 유능한 마약 수사담당 형사였다가 부당하게 해직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잔금 입금만 남았는데, 어느 날 아내가 보이스피싱으로 7,000만 원을 잃게 된다. 서준은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함께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더욱 분노한다. 곽프로(김무열)라고 알려진 사람이 작전을 지휘한 점을 알게 되고선 중국에서 암약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침투한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을 보여주며 잔재미를 준다. 방치된 건물에 비밀 사무실을 꾸려 사기를 위해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여럿이 협업해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이 꽤 치밀하게 그려진다. 서준이 범죄조직 일당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묘사되는 액션 역시 볼거리다. 김곡·김선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적’은 ‘보이스’와 정반대편에 선 영화다.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마을은 외부로 오갈 수 있는 길이 기찻길밖에 없으면서도 정작 기차역이 없다. 마을 학생 준경(박정민)은 간이역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청와대에 청원 편지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그의 아버지인 태윤(이성민)은 기관사인데, 어림없다고 말한다. 준경은 왕복 5시간 통학을 반복하며 간이역이 생기기를 바란다. 그런 준경의 뜻에 보조를 맞춘 라희(임윤아)가 갖은 아이디어를 내 간이역 유치에 나서며 영화는 종반부를 향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따스한 영화다. 자극적이지 않게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의 이장훈 감독이 연출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할리우드 영화로는 공포물 ‘말리그넌트’가 추석 극장가를 찾았다. 폭력 남편이 죽은 뒤 연쇄 살인현장을 볼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생긴 여인이 겪는 공포를 그렸다. 공포물 ‘쏘우’ 시리즈와 ‘컨저링’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작은 영화도 추석 볼거리에
예술영화로는 ‘토베 얀손’(감독 자이다 베르그로트)이 새로 선보였다. 캐릭터 무민으로 유명한 핀란드 예술가 토베 얀손(1914~2001)의 삶을 그린 영화다. 성공한 예술가로서 편견을 극복하며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려고 한 얀손의 삶을 스크린에 복원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국내 독립영화 ‘영화의 거리’(감독 김민근)도 추석을 맞아 개봉했다. 부산을 배경으로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 선화(한선화)와 영화감독 도영(이완)의 사연을 그렸다. 옛 연인 사이인 선화와 도영이 일로 재회했다가 옛 감정을 떠올리면서 머뭇대다가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극장가보다 풍성한 OTT 신작
최근 강세를 증명하듯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의 신작들이 극장가보다 더 풍성하다.
넷플릭스는 액션 영화 ‘케이트’와 ‘어둠 속으로’ 시즌2를 10일 공개했다. ‘케이트’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암살자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일본 도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담았다. 이야기보다는 묻지마 액션에 방점을 맞춘 영화로 ‘곡성’(2016)으로 잘 알려진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 우디 해럴슨 등이 출연한다.
‘어둠 속으로’ 시즌2는 전작에 이어 햇빛만 닿으면 사람이 죽어나가는 기이한 현상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태양을 피해 불가리아의 지하 벙커로 숨은 사람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외부로 나오면서 벌어지는 사연으로 서스펜스를 빚어낸다.
토종 OTT 웨이브는 미국 드라마 ‘유포리아’와 ‘닥터 데스’를 최근 잇달아 독점 공개했다. ‘닥터 데스’는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한 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수술 중 환자가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술을 강행했다가 의료사고를 일으키는 의사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의사의 기괴한 행태를 막기 위한 동료 의사들의 분투가 맞물리면서 서스펜스를 빚어내는 이색 공포물이다. 실화를 밑그림 삼아 8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유포리아’는 10대 고교생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드라마다. 고교생이라지만 약물과 성과 폭력이 수시로 등장한다. 10대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표현해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다.
또 다른 토종 OTT 왓챠는 미국 영화 ‘시바 베이비’와 중국 드라마 ‘천고결진’을 새로 선보였다. ‘시바 베이비’는 부모님의 성화로 어느 유대인 전통 장례식(시바)에 참여했다가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되는 젊은 여성의 사연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다.
‘천고결진’은 세 번의 생을 반복하며 사랑하고 이별하는 두 신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물이다. 중국 드라마 팬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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