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이슬람 사원 건립 중단해야"
무슬림 "공부하며 신앙생활할 장소가 필요할 뿐"
정의당, "관할 북구청이 방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슬람 포비아에 대한 객관적 시각도 필요"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한 골목길에 이슬람 사원 건립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재현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 사원 건축을 놓고 설 무렵부터 시작된 무슬림 유학생과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의 갈등이 추석이 다 되도록 8개월째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슬림들은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건축 재개 관련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를 정도로 주민 반발이 심해 이슬람 사원 건축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경북대 인근 주민 A씨가 올린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 5만2,726명(오후 4시 현재)이 서명했다.
A씨는 이 청원에서 "수십 년 동안 경북대 근처에 살면서 수많은 외국인을 봐 왔지만 자기들만의 집단 사회를 만들어 단체행동을 하고 세력화하는 건 처음 본다"며 "어느 순간부터 이슬람 복장을 하고 10~20명씩 떼거리로 몰려다니는데 위압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인근 주민이라 밝힌 한 시민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그는 또 "우리 국민들도 주택 구입이 힘든 실정인데, 유학생이 돈이 어디서 나서 땅을 사고 사원을 건축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다문화 가정과 사회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이 우리 문화를 따라야지 왜 우리 국민이 다문화를 따라야 하느냐"며 "그들은 오직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이슬람 집단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주민이 역차별 혐오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외국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차이는 둬야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북대 재학 중인 파키스탄 출신의 무슬림 B씨는 "경북대 부근에 사원을 건립하려는 것은 경북대에 유학 중인 150여 무슬림들이 학업과 신앙생활을 병행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사회의 이해를 당부했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관할 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슬람 사원 건축을 승인한 것도, 중지시킨 것도 북구청인 만큼 더 이상 자율적 합의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결국 대구 북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시간이 길어질수록 갈등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전문가와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 등을 구성해 문제 해결 로드맵을 마련토록 촉구했다.
이슬람 포비아(공포·혐오증)에 대한 객관적 시각도 요구되고 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집행위원장은 "국제뉴스를 장식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국내 무슬림 유학생과는 전혀 다르다"며 "이슬람은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무슬림들은 지난해 9월부터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에 지상 2층 규모의 이슬람 사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철골 구조물 공사 과정에서 주민들이 골목 일대에 현수막을 걸고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고, 북구청은 지난 2월 일시 공사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에 건축주와 시민단체 등은 북구청을 상대로 공사 중지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7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추석을 앞둔 사원 부지 주변은 여전히 주민들의 차량과 각종 구조물로 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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