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성금 모아 순한글로 새겨진 중요한 문화유산
1971년 대전역서 보문산공원으로 이전 후 방치
정책 플랫폼 '대전시소' 통해 새 이전장소 여론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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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1년 후인 1946년 당시 대전부민의 성금으로 대전역 서광장에 세워졌다가 1971년 보문산으로 이전된 을유해방기념비. 대전시 제공
대전역에서 보문산 구석으로 옮겨진 뒤 반백 년 동안 사실상 방치돼 온 을유해방기념비가 시민이 많이 찾는 곳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대전시는 현재 보문산 목재문화체험장 주변에 있는 을유해방기념비를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한 시민 의견을 온라인 정책제안 플랫폼 '대전시소'를 통해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한 달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는 을유해방기념비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1946년 광복 1주년을 맞아 대전역 서광장에 세워진 기념비는 대전시민(당시 대전부민)이 성금을 내고 건립 과정에 직접 참여했고, 지역 관문 대전역에 세워졌다는 상징성이나 한문 아닌 순한글로 비문이 쓰여졌다는 희소성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전시에 따르면 기념비는 1971년 대전역 서광장 정비사업에 따라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 이전 장소가 보문산으로 정해진 이유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지만, 당시 보문산이 시민들이 많이 찾는 장소인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시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화유산이 50년 넘게 외진 곳에 있다는 지적이 최근 급속히 확산됐다. 위치를 알리는 표지가 최근에야 설치될 정도로 방치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로 인해 기념비를 원래 장소인 대전역이나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이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이전 후보지로는 대전역 서광장, 중구 선화동 양지근리공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보문산 관광 활성화 사업에 맞춰 기념비 주변을 재정비하고 홍보를 적극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철웅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을유해방기념비의 격과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문화재 등록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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