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7일까지 'DLF 소송' 항소 여부 결론
금융사 제재 권한은 인정받아 완패는 아냐
제재 피로도 쌓여 가는 점도 부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을 두고 징계 주체인 금융감독원이 항소를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입장에선 비록 재판은 졌지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권한을 인정받아 물러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 회장에 대한 최종 징계권자인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기류가 감지돼, 금감원의 항소 포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DLF 소송' 졌지만 밑지는 장사 아닌 금감원
13일 정부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7일까지 손 회장이 제기한 징계 취소소송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과정에서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고객 피해를 낳았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리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은 금감원의 중징계는 재량권 일탈이라면서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내부통제 기준과 관련해 CEO의 의무는 '마련'이지 '준수'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을 잘 갖추지 못한 손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이 금융사 CEO에 대해 제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금감원으로선 '완패'가 아닌 판결인 셈이다.
그런데 금감원이 1심 판결 이후 보름 넘게 항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하자,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이 행정 소송에서 지면 바로 항소하던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금감원의 고심은 이례적이다.
항소 포기를 예측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감원이 1심에서 비록 패소했지만 실리를 챙겼다는 데 있다. 금감원은 이번 판결에 따라 내부통제 기준 미비로 금융사 CEO를 제재할 권한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
DLF, 사모펀드 사태로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금융사 CEO에 대한 제재 피로도가 쌓여 가고 있는 점도 금감원에 부담이다. 금감원이 손 회장을 항소한다면 금융권과 빚고 있는 갈등 국면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손 회장과 비슷한 건으로 징계한 다수의 금융사 CEO와 소송전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실련·참여연대, 항소 포기 시 거센 반발 예고
금감원의 항소는 손 회장 징계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 제재 일정을 꼬이게 한다. 금융위가 재판 중인 사안을 두고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 내부에선 '손 회장과의 재판을 1심에서 마무리하자'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6개 단체는 지난 6일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준법경영 관행의 정착을 위해 즉시 항소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승패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겼던 금융사 CEO에 대한 제재 권한 부분은 인정받았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바뀔 수 있는 항소보다 1심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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