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소재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력을 가진 마그넷(자석)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마그넷의 필수성분인 중(重) 희토류 의존도는 대폭 낮추면서도 기존 최고 성능의 일본 제품을 앞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희토류 60% 줄인 최초 마그넷
마그넷은 자석의 밀고 당기는 힘으로 동력을 제공한다. 차량 모터나 스마트폰용 카메라, 오디오 스피커 등을 포함한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에선 필수 소재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개화되면서 마그넷 시장 역시 고속 성장이 점쳐진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마크에 따르면, 세계 마그넷 시장 규모는 2021년 219억 달러(25조6,821억 원)에서 2023년엔 246억 달러(28조8,484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까다로운 제조는 마그넷의 단점이다. 마그넷을 만들 땐 희귀 금속인 희토류가 필수인데,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사실상 독점해온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중희토류는 심각한 수급난을 겪고 있다. 특히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대거 방출돼 환경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많다.
LG이노텍이 개발한 마그넷은 중희토류 사용량을 기존 제품 대비 60%나 줄였다. 마그넷 제조사들도 환경 문제 대응을 위해 중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희토류 사용량을 60%까지 줄인 업체는 지금까지 1곳도 없었다. 희토류 사용량을 낮추면 그만큼 마그넷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이노텍은 중희로튜 사용량을 60%나 줄이면서도 성능은 14.8킬로가우스(kG·자석 세기 단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업계에서 기술적 성능 한계치로 평가하는 15kG에 근접한 수치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제품의 성능(14.2~14.3kG)을 크게 웃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이 40여 년 가까이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일본의 기술력을 뛰어넘은 데다 '친환경 마그넷'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후발주자 LG이노텍, 어떻게 최고 성능 구현했나
마그넷 시장은 주로 중국 업체인 삼환이나 정해, 일본 기업인 신에츠 등에서 선점해왔다. 중국이 중희토류를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기술력은 일본이 최강이다. 마그넷 시장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이 어떻게 기존 최강인 일본 기술을 앞서는 마그넷을 만들 수 있었을까.
LG이노텍은 중희토류 수급이 빠듯한 점에 착안, 2017년부터 '중희토류 저감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성림첨단산업과 손잡고 친환경 마그넷 개발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양사는 중희토류를 적게 사용하면서 다양한 제품과 온도 범위에서 최고의 자력을 낼 수 있는 '친환경 마그넷'용 코팅액을 개발했고, 여기에 최적화한 새로운 자석 소재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LG이노텍은 중희토류 함량비율, 열처리 온도 등 최적의 공정조건을 찾기 위해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개발기간도 절반으로 단축했다.
LG이노텍은 희토류를 아예 넣지 않는 '무희토류 마그넷'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간 희토류 공급 부족으로 마그넷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완성차 업계 등이 타격을 받았는데, LG이노텍의 신제품 개발로 완성차와 부품 업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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