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총회 투표에서 주교로 선출…11일 공식 취임
"골치 아파도 사랑스러운 일 계속 하는 게 내 소명"
'진보 성격' 교단 사상 첫 트랜스젠더 목사이기도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회에서 교단 사상 처음으로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주교가 탄생했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그레이스대성당에서 메건 로러 목사가 복음주의 루터교회 주교로 공식 취임했다. 교단의 65개 교회회의(시노드) 중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네바다주 북부 지역을 총괄하는 시에라 퍼시픽 시노드를 책임지는 자리다.
로러 주교는 취임식에서 신도들에게 “내 소명은 이전부터 해 온, 골치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일들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라며 “신도들이 허락해 준다면, 나는 당신들을 사랑하고,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 전 복음주의 루터교회 역사상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이번 주교 취임은 올해 5월 온라인 총회 투표를 통해 로러 목사가 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임기는 6년이다. 로러 주교는 평소에도 성별을 가리키는 ‘그(He)’와 ‘그녀(She)’ 대신 ‘그들(They)’ 같은 중립적 용어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음주의 루터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독교 교파 중 하나다. 교인만 330만 명에 이른다. 신학과 정치 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동성애자에게도 목사 안수의 문을 개방한 게 대표적이다. 2010년 이후에만 성소수자(LGBTQ) 목사 7명을 배출했다. 로러 주교도 결혼을 했으며 슬하에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로러 주교는 최근까지 그레이스루터교회 목사로 봉직하면서 노숙자와 성소수자 공동체를 위한 봉사 활동에 헌신했다. 고향인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즈에 있는 어거스타나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했고,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퍼시픽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