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실랑이하다 폭행 뒤 시신훼손·유기
술값 시비 끝에 손님을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노래주점 업주 허민우씨가 지난 5월 21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검찰로 송치되기 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술값 문제로 실랑이하던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노래주점 업주 허민우(34)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는 10일 살인과 사체 손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씨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선고했다.
허씨는 지난 4월 22일 오전 2시 20분쯤 자신이 운영하는 인천 중구 신포동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머리를 발로 밟은 뒤 13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틀 뒤 노래주점 화장실에서 A씨 시신을 훼손한 뒤 비닐봉지와 가방에 담아 자신의 BMW 승용차를 이용해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씨는 지난달 12일 경찰에 체포된 뒤 혐의를 부인하다가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노래주점에서 오전 2시까지 자고 있는 A씨를 깨워 추가요금 10만 원을 요구했으나 A씨가 집합금지 위반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며 “A씨가 주먹으로 배를 치고 손으로 뺨을 두 차례 때려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씨는 이전에도 집합금지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허씨는 과거 인천지역 폭력조직인 ‘꼴망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2019년 2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월 보호관찰과 함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허씨를 구속한 뒤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그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뒤 10시간가량 방치해 살해하는 등 범행 방법이 매우 잔인하다”며 “살해 후 피해자 지문을 훼손하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력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 중 범행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아 전자 장치 부착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결심 공판 직후 최후 진술을 통해 “정말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술값 지급과 관련해 피해자와 실랑이를 했고 다툼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순간적인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건장한 체구로 과거 폭력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피고인은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인 데다 술에 취해 방어 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살해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며 “시신이 훼손돼 피해자를 잃은 슬픔을 추스를 수도 없게 된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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