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교착상태 협상에 진전??
연합국가 창설 위한 28개 경제통합 로드맵
위기의 루카셴코, 푸틴 지지 겨냥 적극 행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양국의 '연합국가' 창설을 목표로 경제 통합을 위한 정책 로드맵에 합의했다. 이로써 20여 년 전 처음 구상했으나 큰 진전이 없던 연합국가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부터 거센 반(反)정부 시위로 위기를 맞은 루카셴코 입장에선 푸틴의 확고한 지지 도장을 받은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3시간여에 걸친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의 연합국가 창설을 위한 28개 프로그램이 조율됐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 양국 법률 단일화와 양국 경제 주체들의 활동 조건 균등화, 단일 금융·에너지 시장 조성, 공통의 산업 및 농업 정책 마련과 이행 등을 위한 내용이다. 이는 10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개최될 연합국가 각료회의에서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연합국가 최고국가위원회 승인 절차로 넘겨질 예정이다. 푸틴은 "정치 통합을 포함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번 합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양국의 연합국가 창설 논의는 1999년부터 시작됐다. 2019년에는 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아 협상을 위한 실무 그룹이 꾸려지기도 했지만 교착상태는 계속됐다.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루카셴코 대통령이 자국에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지난해부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와 가까이 하면서도 유럽과의 관계를 지렛대 삼아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루카셴코가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후 그 전략을 버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8월 선거 부정 논란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태도가 바뀐 것이다. 실제 루카셴코는 수시로 푸틴을 찾아 지원을 호소했는데 이번이 1년 사이 무려 여섯 번째 방문이었다.
결국 푸틴은 이날 구체적 지원안을 다시 한번 내놨다. 내년 말까지 벨라루스에 최대 6억4,000만 달러(약 7,400억 원)의 차관을 추가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러시아와 옛 소련권 국가 금융협의체인 '유라시아안정·발전펀드'로부터 1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은 상황이다. 또 2023년 12월까지 단일 가스시장 조약을 체결하고 석유 및 석유제품 시장 통합, 단일 전력 시장 창설 등도 추진키로 했다. 값싼 천연가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양국 간 군사적 협력이 커질 조짐도 있다. 이날 관련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회담 전 루카셴코가 각종 러시아 무기 구입 계획을 알리는 등 적극적 협력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가까운 군사 동맹국인 양국은 4년마다 실시되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도 10일 시행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는 루카셴코의 고립된 상황을 이용해 벨라루스를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더 가깝게 만들고, 더 나아가 공동 통화로 묶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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