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전국경제인연합회
커뮤니케이션실장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 지난해 9월 코로나19를 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단지 부자와 빈자 간의 격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한 국가와 기업, 그렇지 못한 곳과의 격차도 그만큼 벌어졌다. 어떤 기업은 최악의 실적을 맞은 반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기업은 사상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전통산업에서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가전산업이 있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홈이코노미’가 부각되면서 가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2010년부터 성장세가 정체상태였던 가전 산업은 코로나 위기에서도 지난해 14% 고성장했다. 하지만 가전의 약진은 단순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 아니다. 건조기와 의류관리기, 로봇청소기 등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비스포크·오브제로 대표되는 디자인 변화, 가전과 모바일을 연결한 디지털화까지 끝없는 변화와 혁신의 결과였다.
이렇듯, 기업의 혁신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다면 혁신은 무엇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무엇보다 신제품을 들 수 있다. 경영학계에서 통용되는 혁신기업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기준 중 하나로 신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있다. 실제로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은 최근 4년 동안 출시한 신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도록 하는 ‘30%룰’을 목표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애플의 에어팟, 애플워치나 최근에 삼성이 출시한 폴더블폰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좋은 신제품의 예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신산업으로의 진출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미개척 분야를 선점하는 일은 작게는 기업의 영속성을, 크게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혁신을 위한 기업의 자체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있다. 바로 기업을 둘러싼 정책 환경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기업이라는 좋은 씨앗을 큰 산업으로 키우기엔 환경이 녹록지 않다. 너무 많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정부입법을 통해 신설ㆍ강화된 규제는 총 1,510건으로 2019년에 비해 55.0% 늘어났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기업 살리기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동안 역주행한 셈이다.
복잡한 등록·인증 절차,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규제, 경쟁국 대비 부족한 세제지원 등은 우리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더욱 난감하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291개의 유니콘 기업이 등극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 개만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고 하지 않은가. 기업이 마음 놓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개선만 된다면 세계 무대에서 뛸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번 한국일보의 ‘2021 대한민국 베스트 신상품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혁신을 탄생시킨 우리나라의 귀중한 보배들이다. 소중한 혁신의 결과물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인정받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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