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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은 민간이 주도해야...문민 국방장관 나올때 됐다”

입력
2021.09.09 17:00
수정
2021.09.09 20: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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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의 노크]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 인터뷰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병영의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군대가 그에 부합하는 인식의 변화를 통반하지 못해 후진적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방의 문민통제를 강조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병영의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군대가 그에 부합하는 인식의 변화를 통반하지 못해 후진적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방의 문민통제를 강조했다.


성추행을 당한 공군과 해군의 부사관이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원정군인 청해부대가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는데도 백신 하나 수송하지 못하는 군대. 연간 국가예산의 10%인 50조원을 국방비로 쓰는 우리 군대의 현주소다. 세계 8번째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하는 국가의 국방부 장관은 연일 터지는 병영 내 성범죄와 방역ㆍ경계실패의 책임을 지고 잇따라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중견 군사강국을 자랑하는 우리 군대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민주ㆍ진보 진영의 대표적 국방 정책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외형적 성장에 부합하는 의식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군대의 척추가 고장났다”면서 우리 군대가 첨단 정예군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초급간부인 부사관들이 희생당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전 의원을 만나 잇따라 발생하는 군대 성범죄 및 각종 사건사고의 문제점과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을 진단했다.

두 여중사의 죽음은 군의 체질 변화 자문하는 계기

_육해공군을 돌아가며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군의 사기는 물론, 대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나.

“해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8년부터 성범죄가 군대 내에 폭증했는데, 매년 1만 7,000명의 미군이 성폭력 사건으로 조용히 군을 떠난다는 랜드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문제는 신고 건수가 실제 성폭력 사건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4분의 3이 신고를 안 하거나 못하는 현실은 한국군도 똑같다. 해군과 공군 여중사의 불행한 사건도 성폭행 발생 3, 4개월 이후 신고를 하는 순간 사건이 알려지고 2차 피해를 유발하면서 조직 내에서 출구가 없이 고립되는 식으로 전개됐다. 이번 사건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 우리 병영 전반에 잠재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알려주는 신호에 불과하다. 신고되지 않은 더 많은 병영 약자들을 감안하면 여중사의 불행한 사건은 우리 군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곧 재난에 가까운 사태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일종의 신호라 할 수 있다.”

_청해부대에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해 장관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함정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코로나 확산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사건인데 예방을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우리 군과 관련한 아주 대조적인 두 건의 뉴스가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390명의 특별 협력자들을 구출하는 작전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해외 작전 능력이 이 정도로 발전한 건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반면 청해부대 코로나 철수는 기본이 안된 작전인데, 어떤 면에서 우리 군대의 두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코로나 방역 대책이 없었고 백신을 현지로 수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부대원 전원을 수송기로 이송한 점이 유감이다. 안전지대로 귀항을 한다든지 선별 방역을 하고 선별 격리를 한다든지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데도 함정을 버리는 극약 처방을 했다. 전쟁이 나서 북한군이 쳐들어오는데 부대에 전염병이 퍼졌다고 총을 버리고 도망을 가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국민 여론이 방역 실패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군이 중심을 잡지 못한 대표적인 사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_이번 정부 들어서도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이나 동해 헤엄 귀순사건 등 경계 실패 사건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닌가.

“지난해 강화도의 탈북자 월북 사건과 동해 목선 귀선 사건으로 해당 부대 사단장이 모두 보직 해임을 당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사단장 보직 해임을 먼저 결정했는데 현명한 조치는 아니다. 경계에 실패하면 지휘관 해임부터 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는데, 병사들을 동원해 광활한 지역을 물샐 틈 없이 경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화된 경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국방 안보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후진적인 사고 수습 방식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_군대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근절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우리나라 국방비가 세계 12위였는데 지금은 6위다.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5위로 올라간다. 핵추진 잠수함과 경항공모함에 잠수함발사미사일(SLBM)까지 도입하면서 외형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부합하는 의식의 변화는 동반되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선진 군대가 될 수 있는가를 자문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한데 이번에 두 명의 여중사가 죽음으로 그걸 일깨웠다고 본다.”

_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공군 부사관 사건 이후 징계 등 처벌받은 인원이 37명이나 된다. 사고가 터지면 희생양을 찾아 책임부터 지우는 게 군대 문화다. 군대 용어로 시범케이스를 일벌백계한다는 취지인데 일종의 단체 얼차려랑 다를 게 없다. 국민 여론에 쫓기는 전형적인 후퇴 작전으로 후진적인 군사문화의 잔재라 할 수 있다. 법적 정의와 공정성 바탕의 문민화된 군대 문화가 필요하다.”

_병영문화 개선만 외치다 보니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2014년 윤 일병 사건 이후 군은 병사들의 인권과 복지 증진에 매달린 결과로 병사들의 인권 문제는 이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초급간부인 부사관이 약한 고리가 됐다. 학력 수준이 높아진 병사들은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지휘관들은 부대관리를 위해 부사관에게 압력을 가하다 보니 모든 하중이 초급간부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성폭력 피해가 대부분 부사관 계급에서 발생하는 현상처럼 군대의 척추, 허리가 고장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우리 군대에 척추질환이 발생한 셈이다. 우수한 자원을 병사 출신에서 선발하고 부사관에게 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_군사경찰과 검찰, 법원이 한통속인 후진적 군대 사법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군사지방법원 축소와 군사항소법원 폐지 법안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까.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의 당초 제안은 평시 군사법원 폐지였다. 전시는 워낙 특수한 상황이라 군사법원을 운영하더라도 평시는 민간법원에 맡기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굳이 평시에 군사법원을 운용한다면 군사기밀이나 상관 모욕 등 순수한 군사범죄로 국한하면 된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성폭행 범죄와 사망사건, 입대 이전 범죄 세가지만 민간법원에 넘기는 괴물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망사건이 변사인지 범죄와 연관된 것인지 구분도 안될 뿐 아니라, 군대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대부분이 음주운전이나 도박, 민간인 상대 불법행위라는 현실을 도외시한 법안이다. 군사법원법 개정은 새로운 비극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군사경찰과 민간 경찰이 관할권 싸움을 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무기체계 경쟁으로 미래 네트워크 전쟁 대비 소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간 우리 군대는 50조원의 국방비를 쓰는 세계 6위의 강군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핵무기 등 북한의 전략무기를 방어하기 위해 탐지-식별-타격을 시스템적으로 연결하는 킬체인 구축에 전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육해공 각군이 개별적인 무기체계(플랫폼)의 첨단화에만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첨단 네트워크전을 대비한 전력 구축에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_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개혁 과제로 북한의 전략무기를 조기에 무력화하는 킬체인의 조기전력화도 공약했다. 4년 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기라는 F22 랩터와 F35 전투기 사이에 데이터 통신이 안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미군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 위주의 국방력 건설이 낳은 딜레마가 우리 군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괄목할 만한 국방예산 증대로 한국군의 무기 체계가 거의 800종에 도달했다. 이 정도면 거의 강대국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군의 명품목이라는 K-9자주포를 보면 아직도 사격 통제 컴퓨터가 도스 체제에 머물러 있다. 해군 함정의 스크린도 가동에 20분이나 걸리는 유리 브라운관이다. 육해공군 사이에 데이터 통신은 기대할 수도 없다. 첨단 무기체계만 도입한다고 강군으로 탈바꿈하는 건 아니다. 각군이 첨단 무기체계에 매달리면서 플랫폼 경쟁을 벌이면 한국형 킬체인은 점점 멀어져 갈 수밖에 없다.”

_전력 보강을 위한 국방비 증강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래전에서 군비경쟁은 사실 의미가 없다. 미중 사이의 군비경쟁은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19년에 이미 우주군을 창설했고 중국이 우주군을 겨냥한 달탐사를 본격화했다. 플랫폼을 현대화해서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과 항공모함이나 전투기와 직접 대적하기보다 시스템을 공격하는 쪽으로 전략 방향을 틀고 있다. 무기체계의 현대화보다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방면에서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네트워크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다.”

_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전시작전권 전환도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는 불가능하게 됐다. 향후 한미 협의를 어떻게 진행하는 게 바람직한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의미는 미국이 이제 국내 재건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다. 더 이상 대외 군사 분쟁에 개입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이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미동맹을 신주단지처럼 외치고 있지만 동맹을 강화시키고 싶어도 강화될 환경이 아니다. 한미 사이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3단계 검증의 허들을 만들어 놓고 있으나 너무 높은 장벽이다. 우리가 자체 방어에 충분성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체제로 협의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_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개혁 공약 중에 임기 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도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증진되면서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선진군대로 변화하라는 주문이다. 주권자의 준엄한 요구가 담긴 국방개혁은 민간이 주도하는 게 맞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취임 이후 7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대부분 군사적 전문성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건ㆍ사고 때문이었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방부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군사작전의 최고 사령탑인 합참을 통제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군을 대리하다 보니 군이 국민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거다. 비교하자면 교사가 교육 정책을 짜고 경찰관과 검사가 사법 정책을 주무르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통제를 받아야 될 전문 집단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가 정책이 왜곡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국방이라고 본다.”

_문재인 대통령이 국방의 문민통제를 밀어붙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감 부족이 문제라고 본다.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권력은 군인을 줄 세우고 싶어 했고 군인은 정치에 줄을 대고 싶어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인의 대표를 국방장관에 앉혀서 군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악순환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민주화보다 안보민주화를 추진했다면 우리 민주주의는 보다 완결된 체제를 갖췄을 것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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